“군사적 노조와 비싼 인건비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권위 있는 싱크탱크인 국제경영개발원(IMD)의 피터 로랑지(사진) 총장은 한국의 후진적인 노사관계와 교육문제가 국가경쟁력의 최대 장애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로랑지 총장은 2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30회 경총 포럼’에서 ‘한국 경제와 기업에 대한 조언’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갖고 “한국 노조는 기업이나 국가 내부의 문제로만 바라볼 뿐 국제사회의 시각으로 보지 못하는 군사적이면서도 하드코어적 집단”이라고 진단한 뒤 “노조 문제는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한국에 분명한 장애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IMD는 매년 세계 각국의 경쟁력 순위를 매기고 있어 로랑지 총장이 지적한 하드코어적 노사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한국의 경쟁력 순위 상승도 힘들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내가 정책 당국자라면 노사관계가 윈윈할 수 있도록 공통의제를 발굴하겠다”며 “노사 문제를 국제사회의 시각으로 끌어올려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로랑지 총장은 노사 문제와 함께 심각한 교육현실과 한국 내의 기업가 정신 위축을 국가경쟁력 악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중국이 바짝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대학은 기업과 동떨어져 있다”며 “한국의 대학들이 기업과 더욱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경쟁국에 비해 지나치게 내향적인 한국 기업의 경영관행을 탈피하기 위해 대외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로랑지 총장은 이날 노무현 대통령 임기 동안의 아쉬운 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을 받고 “노사관계와 인건비, 외국에 폐쇄적인 한국 내 풍토”라고 답했다. 특히 그는 지나친 정부 규제와 관련, “아무리 취지가 좋은 법이라도 지나친 규제는 국가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법과 규제를 도입할 때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는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랑지 총장은 마지막으로 “한국이 보다 다양한 국적의 국민들과 함께 일하는 데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가져야 해외에서 좀 더 뛰어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고 충고하면서 삼성의 경우 우수한 다국적 인종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IMD는 해마다 55개 국을 대상으로 국가경쟁력을 평가해 순위를 발표하고 있으며 2007년 '국제화에 대한 태도 및 가치' 분야에서 한국을 32위로 선정했다. 같은 조사에서 홍콩과 중국은 각각 3위와 21위로 한국을 앞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