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경제 4년 그녀 입에 달렸다

■ 美 연준 100년 역사상 첫 여성의장 옐런<br>IMF총재·독일총리 이어 세계 경제권력 여인천하

재닛 옐런(67)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부의장이 내년 1월 말 물러나는 벤 버냉키 현 의장의 뒤를 잇는다. 여성이 '글로벌 경제 대통령'이라는 연준 수장에 오르기는 연준 100년 역사상 처음이다. 미국은 물론 신흥시장 등 글로벌 경제의 운명이 '요리가 취미'라는 여성의 손에 달린 셈이다.

백악관은 8일 밤(현지시간) e메일 성명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9일 오후3시 버냉키 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옐런 부의장을 차기 의장에 공식 지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옐런 부의장이 상원 인준절차를 통과하면 버냉키 의장의 뒤를 이어 4년간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주요8개국(G8) 가운데서도 여성 중앙은행장은 올 3월 지명된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 이후 두번째다.


옐런 부의장이 미국 경제 대통령에 오르면서 글로벌 경제권력이 여인천하 시대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앞으로 5년 안에 세계 경제위기가 재발한다면 이를 해결해야 할 5개 자리 중 4개는 여성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5개 자리를 미국 대통령, 연준 의장,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독일 총리라고 꼽았다. 이미 IMF 총재, 독일 총리가 여성이다. 또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은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옐런 부의장은 '매보다 훨씬 정확한 예측력을 가진 비둘기(WSJ)'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히 물가보다 고용을 중시하는 경기부양 예찬론자가 아니라 정확한 경기예측에 근거해 통화정책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시장의 소통을 강조하는 옐런 차기 의장이 점진적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시장도 환호 일색이다. 6월 이후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따른 신흥시장의 금융위기 우려,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정부 폐쇄) 사태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 악재에 시달려오다 오랜만에 호재를 만났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투자운용사인 컴버랜드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코톡 수석 투자전략가는 "옐런은 금융위기를 다루는 노련한 베테랑"이라며 "점진적인 자산매입 축소에 나설 것으로 보여 연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표적 비둘기파인 옐런 차기 부의장이 출구전략을 뒤로 미룰 경우 거품붕괴 등 위기의 폭발력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양적완화라는 마약 투여가 중단될 경우 금단증상이 걷잡을 수 없이 심해지며 신흥국 등 글로벌 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앞으로 4년간 글로벌 경제는 여성 연준 총재의 입만 바라보며 일희일비할 것으로 보인다.

최형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