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흔히 경기를 끌어올리는 활력에 중점을 두는 반면 금통위는 정부 정책추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질 수 있는 통화가치와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존재이유가 있다. 주요 수단은 물론 금리이다. 평소 금통위에서 결정하는 기준금리 변동폭 0.25%포인트가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꾸준히 오르거나 내리면 경제주체의 행동 패턴을 변화시킨다. 금리를 계속 올리면 대출과 투자가 줄면서 경기가 하강하고 물가는 내려간다.
이런 금리정책이 지난해 이후 실종됐다. 13일 금통위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10개월째 '동결중'이다. 소비자물가가 4.0%로 고물가였던 지난해 상황에서도 금통위는 꿈쩍하지 않았다. 금리인상이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했던 것이다. 정부는 끊임없이 금리인상 불가라는 시그널을 직간접적으로 내보낸다. 경제수석 출신이 금통위 의장에 취임한 후 금통위가 정부와의 호흡을 너무 긴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온다.
이번 금통위원 교체를 계기로 금통위의 친정부 성향이 더 짙어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통위원 7명 중 의장(한은 총재)과 당연직(한은 부총재)을 제외한 5명은 한은ㆍ금융위원회ㆍ기획재정부ㆍ대한상의ㆍ은행연합회가 각각 추천한 인사를 대통령이 임명한다. 과거의 예를 보면 추천절차는 형식적이고 청와대 의중이 중요하다.
정부와 금통위 간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 금통위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차제에 다시 검토할 만하다. 금통위원 추천권을 국회 등으로 넓히는 것도 방법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참고사례다. 금통위원 인사청문회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금통위원 전원을 반드시 상근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 의중에 맞추는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면 연봉 3억원이나 주고 임기 4년 보장의 철밥통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