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대화와 막말 사이


"(민주당은) 무뇌 상태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둘러싼 대치가 계속되면서 민주당을 향한 한나라당의 공세 수위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을 '민주노동당의 2중대' '민노당의 인질'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급기야 공식 회의 자리에서 '무뇌'라고 지칭하기에 이르렀다. 극단적인 비유도 이어지고 있다. 한기호 한나라당 의원은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민주당과 민노당을 중국의 '국공합작'에 비유하기도 했다. 국공합작은 지난 1924년부터 1927년까지 있었던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의 협력 관계를 의미하는 용어다. 한 의원은 국민당은 결국 공산당에 의해 와해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민주당을 비판했다. 대치전이 장기화되면서 당 내에선 '이제 할 만큼 했다'는 분위기가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열린 의원총회에선 이제 강행 처리를 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좀 더 대화하자는 의견보다 우세했다. 비판이 아닌 자극적 비난이 줄을 잇는 것도 이런 분위기에 기인한다. 물론 한나라당은 그동안 여야 합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시민단체들까지 참여한 끝장토론을 3일에 걸쳐 진행했고 투자자ㆍ국가 소송제도(ISD) 하나만을 주제로 한 끝장토론도 기획했다. 여야정 협의체를 지속하면서 피해 대책을 담은 합의문을 내놓기도 했다. 분명히 지난해 예산안 강행 처리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원색적인 비난의 수위를 무작정 높이는 모습 속에서 국민이 과연 얼마나 대화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까. 국민의 눈에는 야당의 물리력 동원 못지않게 한나라당의 강한 비난도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정치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더 노력하겠다. 대화와 타협으로 어떤 갈등도 풀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달라"고 말했다. "더 대화하고 기다리겠다"와 "뇌가 없는 상태가 된 것 같다"라는 정반대 지점에 놓인 발언 속에 한나라당의 진정성은 어디쯤 놓여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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