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스와프, 외환시장 '태풍의 눈'으로 부상

스와프시장, 단기자금조달 공백 여파 "붕괴 위기" <br>리먼 파산따른 계약 불이행 우려로 "패닉" <br>원화 이자없이 빌려주고 달러 조달 나서<br>정부 개입 불구 상당기간 혼란 지속될듯


외화자금조달시장인 스와프시장이 외환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화수급, 특히 단기자금조달에 공백이 생기면서 스와프시장이 붕괴 직전에 몰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리먼브러더스와의 스와프 거래 계약 불이행과 환율상승에 따른 달러담보 추가 수요 등으로 불안심리가 사실상 패닉 상황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이 달러 공급에 뛰어들고 기획재정부마저 이례적으로 외국환평형기금의 시장개입을 천명했지만 워낙 대외여건이 위태로워 스와프시장이 단기간에 진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에 따르면 원화와 달러를 맞바꾸는 외환스와프시장에서 지난 23일 스와프포인트(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격차)는 1개월물의 경우 -10원을 기록했다. 3개월물은 -12원을 나타냈다. 통상 스와프포인트는 이자 등 미래 기대수익률을 반영해 선물환율이 현물환율보다 높다. 이에 따라 스와프포인트는 평상시라면 2~3원 수준이다. 예컨대 현물환율이 1,150원이라면 1개월물 선물환율은 1,152원이 되고 스와프포인트는 2원인 것이다. 이처럼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원화를 빌려준 대가로 이자를 받지 않고 오히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달러를 조달하겠다는 의미다. 즉 시중에 달러 공급보다 수요가 월등히 많아 스와프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달러부족은 스와프베이시스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일정 기간 내 원화와 달러를 교환하는 거래인 통화스와프(CRS) 금리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맞바꾸는 이자율스와프(IRS) 금리 차이인 스와프베이시스는 1년물의 경우 CRS 금리가 23일 2.40%까지 폭락하면서 364bp까지 확대됐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그만큼 낮아졌다는 것으로 3월(385bp) 이후 최대치다. 이처럼 스와프시장이 패닉 상황에 몰린 것은 달러 수급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스와프시장은 3월 베어스턴스 몰락 여파로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크게 휘청거린 뒤 4월부터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고 7월까지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왔다. 하지만 8월 들어 미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부실 소식과 9월 위기설이 불거지며 스와프포인트의 상승세가 꺾였고 9월 들어 하락세가 심화되더니 급기야 16일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직후부터 외화자금시장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재차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다. 현재로서는 장기차입보다 단기조달이 훨씬 심각한 상태다. 미 구제금융안에 의구심이 생기고 있고, 특히 부실자산 매입이 역경매 방식이어서 자칫 추가 상각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로 금융기관 간 유동성 쟁탈전이 더욱 심해진 것. 결국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거래되는 오버나이트(하루짜리 달러 대출) 금리가 폭등하는 등 단기외화차입이 어려워지자 불안감이 극대화된 국내 금융기관이 앞다퉈 달러 조달에 나선 반면 외은 지점은 달러를 풀지 않아 스와프시장에서 단기물 수요가 폭증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리먼 파산도 스와프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 리먼 지점은 금융기관의 주요 스와프 거래 파트너였는데 리먼 파산으로 계약 불이행이 예상되자 금융기관들이 기존 계약을 정리하고 새로운 파트너 찾기에 나서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즉 보험사 등 금융기관들은 기존 거래를 정리하기 위해 포지션 청산에 나섰고 이 때 신규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CRS 금리 하락을 견인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존 스와프거래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 간 환율상승에 따라 달러 담보가 추가 발생한 점도 외화 부족을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한은과 재정부가 보조를 맞춰 스와프시장에 개입, 단기물 위주로 달러를 풀면서 24일 스와프포인트가 전일보다 소폭 상승하는 등 시장은 일단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스와프시장의 불안감이 쉽게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시장관계자들은 전한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와프시장 붕괴가 일어났던 지난해 11월과 올 3월의 경우 패닉 해소에 걸린 기간이 각각 3주, 1주 정도 됐지만 이번에는 워낙 국제 금융위기가 심각해 달러 수급 우려로 인한 스와프시장의 혼란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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