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삽화, 출판미술 새 장르 열었다

아동용 도서분야 등 작가층 두텁고 대중화 성공<br>사색적·독창적 작품으로 해외서도 인정 받아

존 버닝햄의 그림책 삽화

존 버닝햄의 그림책 삽화

김재홍의 '고양이학교'

한병호의 '새가 되고 싶어'

책의 부속품 정도로 취급됐던 삽화(illustration)가 예술성을 인정 받으면서 출판미술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출판계가 미술 작가들을 찾는 데는 자유분방한 사고가 그림에 반영돼 책의 품격을 올려줄 뿐 아니라, 독자의 상상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과거에는 디자인을 전공한 일러스트레이터가 삽화를 제작했지만, 최근에는 회화ㆍ사진ㆍ조각 등 각 분야 전문 작가들이 작업에 뛰어들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아동용 그림책. 그림책이 도록(圖錄)을 대신하고, 후에 전시회도 할 수 있어 경력관 리에 도움이 돼 작가들도 반긴다는 것이 미술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 작가들이 본격적으로 삽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부터. 생활과 밀접한 작품세계를 추구해 온 민중미술 작가들이 새로운 분야를 찾던 중 출판미술에 관심을 보인 것이 계기가 됐다. 이들 중 이억배ㆍ정승각ㆍ정유정ㆍ한병호ㆍ임옥상 등은 아동도서 삽화 부문 최고 인기 작가들이다. 정민영 아트북스 국장은 “이들의 작품은 부모에게 인기가 높아 다른 동화책보다 판매부수가 2배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많다”며 “삽화는 이제 단순히 글의 이해를 돕는 차원을 벗어나 대중적인 미술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는 이미 지난 1950년대 이후부터 삽화가 미술 작품으로 그 가치를 인정 받아왔다. 최근 성곡미술관에서 전시중인 영국출신 그림책 작가 존 버닝햄은 20세기 그림책의 역사를 다시 쓴 작가로 인정돼 온 사례. 특히 그의 작품은 글에 등장하는 인물의 내면세계까지 표현하고, 여백의 미를 극대화했다는 평이다. 화랑과 출판사가 공동으로 그림책을 만드는 프로젝트도 등장했다. 아트파크는 최근 대연출판사가 기획한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어린이 철학이야기’(가칭ㆍ전 62권)에 변선영ㆍ황규태ㆍ김범수 등 젊은 작가 18명을 추천했다. 손경애 대연출판사 주간은 “책이 철학자의 삶과 생활에 필요한 철학적 논리 등을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어 사색적인 그림이 필요했다”며 “특히 전집류는 글도 물론이지만 독창적인 삽화가 아니면 시장에서 살아 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출판사는 동화책이 출판되는 10월에 맞춰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할 계획이다. 국내 작가들의 삽화는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어린이 장편동화 ‘고양이학교’의 삽화를 그린 김재홍 화가는 프랑스 앵코립티브상을, ‘새가 되고 싶어’를 그렸던 한병호 화가는 지난해 슬로바키아 BIB(Biennale of Illustration in Bratislava) 골든애플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추계 예술대학 동양학과를 졸업하고 18년째 삽화를 그리는 한병호씨는 “예전에는 먹고 살기 힘들어 삽화를 그렸지만, 최근에는 작가층도 두터워져 다양한 작품이 등장하면서 미술사적인 장르로 입지를 굳힌 추세”라며 “고민하고 사유하고 이를 창작으로 옮기는 과정은 순수미술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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