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주말 극장가 한국영화 3편 흥행 대결

'사생결단'

'맨발의 기봉이'

'도마뱀'

4월 마지막 주말. 봄나들이에 치여 썰렁하기 그지없던 극장가에 모처럼 불꽃대결이 펼쳐진다. 이번 주말에 개봉하는 한국영화만 무려 3편. 실제 연인이기도 한 조승우ㆍ강혜정 주연의 ‘도마뱀’과 연기파 배우 황정민ㆍ류승범의 열연이 빛나는 ‘사생결단’, 신현준이 장애우로 변신한 ‘맨발의 기봉이’까지. 물고 물리는 치열한 싸움에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들이려는 영화사들의 경쟁은 눈물겹지만, 매표소 앞에 선 관객들은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멜로, 느와르, 휴먼 드라마… 장르도 제각각에 관객들과 평단의 평가도 ‘따로국밥’.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이번 주 극장가의 가열찬 경쟁을 놓치지 마시길. 5월이면 ‘미션 임파서블 3’ ‘다빈치 코드’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6월에는 독일월드컵 열기에 치여 이런 기사가 나올 지면조차 귀해질 테니…. 도마뱀- 10년마다 만나 이별 반복
영원한 사랑의 판타지
인스턴트 사랑의 시대.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영원한 사랑은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일까. 영원한 사랑에 대한 멜로 영화들은 갈수록 봇물처럼 쏟아진다. 영화라는 판타지에서나마 영원한 사랑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하는 것인지도. 영화 ‘도마뱀’은 ‘영원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 초현실적 느낌을 듬뿍 담아넣었다. 영화는 맑은 날씨에도 노란 비옷을 입고 다니는 신비한 소녀 아리(강혜정)에게 시골소년 조강(조승우)이 첫눈에 사랑을 느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둘은 그때부터 10년마다 한번씩 만나 짧은 시간 사랑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영화는 매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아리에게 도마뱀과 외계인이라는 두 가지 이미지를 부여한다. 이 둘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에는 사라졌다고 하는 영원한 사랑을 되살리려고 한다. 연기력은 진작에 검증된 배우들이다 보니, 또 두 사람이 실제 연인이다 보니 영화 속에 비치는 아리와 조강의 사랑은 마치 현실같다. 특히 중간중간 두 사람이 잡담을 나누는 장면들은 실제 연인들의 그것을 보는 것처럼 예쁘다. 그러나 아쉽게도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삐걱거린다. 초반 예쁜 사랑을 보여 줄 때 반짝반짝하던 영화는 후반부에 예측 가능한 결말을 향해가면서 급격하게 빛을 잃는다. 뻔한 국산 멜로물에 식상한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에서도 새로움을 맛보긴 힘들다. 사생결단- 밑바닥 인생, 내가 살아 남는다
바닥인생 '정글의 법칙'
약육강식의 세상. 사람들은 오직 살아 남기 위해 강해지고 비열해 져야 했다. ‘사생결단’은 그 살벌한 ‘약육강식’을 제대로 맛봤던 IMF시대를 무대로 한 영화다. 비록 영화가 당시의 시대상을 제대로 담아내진 못했지만. IMF 시대에 우리들이 느꼈던 황량함과 비정함이 그대로 녹아있다. 영화는 구제금융시대 부산의 한 지역을 무대로 마약 중간 판매상(류승범)과 악질 마약반 형사(황정민)의 물고 물리는 관계를 보여준다. 그 두 사람을 중심으로 전직마약제조기술자, 마약중독자, 출세욕에 불타는 악질검사, 조직폭력배 등의 다양한 인간군상이 어지럽게 얽히고 설킨다. 이들 중 그 누구 하나 연민할 대상은 없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서로를 철저히 이용하기만 할뿐 애정도 우정도 가지지 않는 철저한 악질들의 관계를 담담하고 경쾌하게 따라간다. 남성영화가 자칫 빠지기 쉬운 폭력 감상주의에 젖지 않았다는 점은 이 영화의 미덕이다. 대신 영화는 폭력, 성, 마약이 어우러진 밑바닥 인생들을 치밀하게 묘사해서 이들의 삶이 진짜 약육강식임을 보여준다. 영화 속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삶은 말 그대로 ‘사생결단’이다. ‘폭력적 감수성’은 빠른 편집과 중량감있는 음악 등과 어우러진 21세기적 감수성을 통해 영화 속에 남김없이 담아냈다. 더 이상 ‘가능성 있는 배우’라는 말이 어색해져 버린,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남자배우 황정민, 류승범의 연기는 남자들 세계의 페이소스를 담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맨발의 기봉이- '40살 어린이' 신현준 연기 변신
엄마의 틀니를 위해…
어느새 충무로 최고의 원작 소스로 떠오른 KBS ‘인간극장’. 그 애틋한 감동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눈물과 웃음으로 촉촉히 적셨다. ‘맨발의 기봉이’는 2003년 이 프로그램에서 다뤄졌던 엄기봉씨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어려서 열병을 앓아 8살 지능에 멈춰 버린 40살 아저씨가 팔순 노모를 위해 마라톤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기봉씨(신현준)는 비록 정신지체 장애인이지만 늙은 엄마(김수미)를 극진히 모시는 효자다. 기봉이를 기특하게 여기는 마을 백 이장(임하룡)은 그런 기봉씨를 전국 하프 마라톤대회에 내보내기로 결심하고 혹독한 훈련에 들어간다. 기봉씨의 목표는 단 하나. 1등을 해 엄마에게 틀니를 해 주는 것이다. 가장 돋보이는 건 단연 신현준의 변신. 뻐드렁니를 낀 기봉씨가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를 내고 엉거주춤한 폼으로 달리며 펼치는 바보 연기는 자칫 장애인 비하의 우려와 실제 기봉씨의 재현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외줄탄다. 도전은 성공적이다. ‘전원일기’의 일용 어머니 이후 모처럼 시골 촌로 역을 맡은 김수미의 연기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이들의 화려한 연기와 걸맞지 않은 이야기 전개. 장애인을 내세운 극진한 효(孝) 이야기는 분명 매력적인 주제지만 여기에 매몰된 나머지 이야기는 매끈하게 나가지 못하고 그저 그런 에피소드들을 엉성하게 나열하는 데 그쳤다. 후반부 등장 인물들의 ‘개과천선’도 다소 억지스럽다. 비슷한 소재의 ‘말아톤’과 비교한다면 확실히 한 수 아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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