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에셋 플러스] 어닝시즌 업종별 분석, 조선

살아나는 수주… 내년부터 본격 실적회복<br>빅4 누적 수주액 356억 달러… 이미 작년 총액 넘어서<br>선박가격 상승세도 이어져




물이 차오르고 있다. 극심한 침체기에 있던 글로벌 운송 업계가 살아나면서 수주 물량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선가도 상승하고 있다. 물량(Q)와 가격(P)가 모두 긍정적인 상황. 조선주들의 실적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조선 빅4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43조1249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37% 줄었고 영업이익은 1조5,166억원으로 1년 새 32% 쪼그라들었다. 삼성중공업이 7,26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지난해보다 17,8% 개선된 실적을 보였을 뿐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상반기에서 반토막 난 6,6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대우조선해양도 1,940억원으로 30% 넘게 감소했다. 지난 2011년까지 이어지던 수주 부진이 상반기 실적에 타격을 준 것이다.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조선주들의 주가 흐름은 좋다. 지난 4월 3만원선 아래로 내려갔던삼성중공업이 9월말 현재 4만4,00원선 위로 올라섰고 대우조선해양도 연초 후 저점 대비 50% 가까이 상승했다. 현대중공업도 최근 27만원을 넘어서며 지난 6월 1년래 최저점(17만원2,000원)에서 몇 달새 큰 폭으로 뛰었다.

실적과 주가가 반대 양상을 나타낸 이유는 올 상반기부터 수주가 회복되고 있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실적이 바닥을 찍고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현재까지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 국내 조선 빅4의 누적 수주금액은 총 356억3,000만달러로 집계된다. 이미 지난해 연간 수주액 350억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특히 해양 플랜트 부문이 견조한 수주 잔고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조선업의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상선부문이 살아나고 있는 점이 향후 수주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해 조선 빅4의 수주 총액 중 상선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2.3%로 지난해 35.4%에서 크게 늘어났다"며 "상선 수요의 회복은 조선업체의 펀더멘털이 본격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올 4분기 중에는 총 10건의 생산설비프로젝트에서 최대 110억달러 수준의 수주가 예정되어 있고 현재 파악되는 내년 수주 예정액도 131억달러로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행진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수주 물량이 살아나면서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중공업의 올 3분기 매출액은 3조6,970억원, 영업이익은 2,820억원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에 부합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부터는 드릴쉽 신규 수주 물량 증가에 따라 실적개선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 늘어난 3조6,690억원, 영업이익은 40% 가량 감소한 1,030억원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매출액은 올해보다 17%, 영업이익은 30%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의 3분기 성적도 1조3,595억원의 매출액과 3,16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 분기대비 각각 3.8%, 9.4% 증가해 시장 기대에 부합할 전망이다. 다만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지난 2010년 경쟁 심화로 저가 수주한 석유제품운반선(PC선) 부문의 타격으로 올 3분기 45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PC선의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데다 최근 수주물량 PC선 단가를 손익분기점 이상으로 끌어올려 내년부터는 실적 회복세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현대미포조선의 내년 매출액은 4조4,260억원으로 올해보다 12% 늘어나고 영업이익도 올해 70억원에서 큰 폭으로 증가해 63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박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조선주들의 실적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 특히 글로벌 양적 완화로 원화의 상대적인 가치가 상승하고 있어 선박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상선부문의 경우 국산화율이 80% 이상에 달해 조선업체들은 원화를 기준으로 선가를 산정하고 달러화로 환산해 선주들에게 제시하고 있어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할수록 달러화 기준 선가가 올라간다"며 "최근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선가 상승 속도도 가팔라지고 이는 조선업체들의 이익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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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포조선 주가조정 땐 저가 매수"

국내 조선사들 중 3분기 실적 전망이 가장 낮은 종목은 현대미포조선이다. 그러나 업황이 살아나고 있는 시점인 만큼 현대미포조선 역시 올해를 기점으로 실적 부진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실적 부진에 따라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면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선박시장에서의 발주량이 지난해보다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2015년 이후의 필요 선박량에는 한참 모자라 향후 발주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상선의 회복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형주 위주의 조선주 투자비중을 현대미포조선과 같은 상선 위주의 중형 조선주로 넓혀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올해까지 현대미포조선의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지난 2010년부터 2011년에 걸쳐 진행했던 저가 수주 때문. 그러나 저가 수주 물량의 소진이 마무리단계에 있고 최근 수주단가가 증가하고 있어 실적 개선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은 2011년까지 SPP조선, STX조선해양등과 수주물량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수주 경쟁을 펼쳤던 점이 현재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PC선 수요가 살아나는데 힘입어 단가도 상승하고 있어 생산제품이 저가수주물량에서 정상수주물량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올 들어 현대미포조선의 수주단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5만톤급 PC선 기준으로 지난 4월 3,090만달러를 기록했던 수주단가는 지난 8월 3,500만달러 수준으로 15%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1996년 베트남 비나신 그룹과 합작으로 설립한 비나신 조선소가 현대미포조선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나신 조선소의 경우 수리전문에서 지난 2009년 신조선 조선소로 전환했고 현재 전환 3년만에 국내 대비 50% 수준까지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렸다"며 "노동생산성은 향후 2년 내 70%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되는 만큼 비나신조선소의 원가경쟁력은 중소형선 부문의 장악력을 확고히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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