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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준대형 신차 'AG(프로젝트명)'를 내수 전용으로 활용하기로 방침을 확정했다. AG는 수입차로부터 국내 시장을 방어하는 역할만을 부여받고 태어나게 된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13일 "가을 본격 생산에 들어가는 AG는 해외 수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수입차를 잡기 위한 '내수 병기'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현재 현대·기아차 전차종 중 해외로 수출하지 않는 차종은 기아차 '레이'와 최근 나온 준대형 하이브리드차인 기아차 'K7 700h',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뿐이다. 그러나 수입차에 비해 자국 브랜드의 파워가 압도적으로 강한 일본의 경우 내수 전용 차종이 상당히 많다. 일본은 국내 고객 입맛에 맞는 차종을 꾸준히 개발해 자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방어한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AG는 '그랜저(전장 4,910㎜)'와 '제네시스(4,990㎜)'의 중간 크기 세단이다. 현대차는 AG를 특히 국내 수입차 시장의 절대 강자인 BMW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를 잡기 위한 전략 차종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제네시스는 법인 임원 차량 또는 '아빠차' 이미지가 강해 가정용 판매가 많고 여성들이 선호하는 BMW 5시리즈, E 클래스와 직접 경쟁하기에는 성격이 맞지 않는다. 현대차는 AG를 투입해 이 틈새를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수입차 공세에 대한 대응이 발등의 불이다.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2012년 74.2%에서 지난해 71.1%로 1년 새 3.1%포인트 하락한 반면 수입차 판매량은 3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가운데서도 BMW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동급인 아우디 'A6'는 지난해 각각 1만4,867대, 1만2,914대, 8,199대 팔리며 수입차 돌풍을 이끌고 있다.
현대차가 AG를 수출하지 않고자 하는 이유에는 해외 판매 상황에서도 찾을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제네시스와 그랜저가 이미 해외에서 잘 팔리는 가운데 중간차급인 AG를 수출하면 오히려 이들 차종의 판매를 갉아먹는 일종의 '간섭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AG는 이달 말 열리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첫 공개된 뒤 이르면 9~10월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AG는 높이와 폭은 그랜저와 같지만 길이가 그랜저보다 50㎜ 길고 제네시스보다는 30㎜ 짧다. 엔진도 그랜저(2.4ℓ 및 3.0ℓ)보다 큰 3.0ℓ와 3.3ℓ가 탑재된다. 가격은 4,000만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