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영리병원·세무검증제 도입 등 '지지부진'

[MB 4년차 국정운영 파열음] 주요 정책 이슈는<br>이해 당사자들 거센 반발에 구조조정·개혁 제자리걸음

지난 2009년 11월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의약부문 전문사자격 선진화 공청회 장소를 서울시약사회·경기도약사회 등 각 지역 약사회 소속 약사들이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서울경제DB


지난 2009년 11월 기획재정부는 일반의약품(OTC)을 슈퍼마켓에서도 팔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의 공청회를 주최했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허용, OTC 약국 외 판매라는 의료정책 개혁의 신호탄이었다. 재정부는 "위기 때 진정한 개혁이 가능하다"며 밀어붙이겠다는 태세였지만 약사들은 행사장 문을 걸어 잠그고 토론자의 진입을 막으며 공청회 자체를 무산시켰다. 이날의 실력행사는 이명박 정부의 '개혁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집권 2년차,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현재진행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정부 경제부처가 야심 차게 준비했던 각종 구조조정 및 개혁 정책은 이후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서비스산업 선진화'의 상징이 돼버린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및 OTC 약국 외 판매 문제의경우 이해단체의 반발을 떠나 부처 내 교통정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 재정부는 적극적인 개방을 주장하고 있지만 의료정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반대를 뚫을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차원에서 '특단의 결정'을 내리면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겠지만 이슬람채권(수쿠크) 도입 문제에서 드러났듯 임기를 2년 남긴 현 정부가 이해당사자들의 반발과 찬성ㆍ반대로 나뉠 국민의 입장을 하나로 정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경제부처가 추진하고 있는 민감한 주요 정책이슈 상당수가 사실상 '올스톱'된 채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세무검증제도 도입 문제도 대표적 예다. 공정사회 구현이라는 원대한 포부 아래 의사ㆍ변호사 등 고소득 사업자가 소득신고 적정성을 검증 받게 하는 세무검증제도가 지난해 정부입법으로 국회에 올라왔지만 고소득자들의 반발로 해당 상임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에 법안이 머물러 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상은 했지만 전문직 출신이 다수 포진한 국회에서 이 정도로 반발이 클 줄은 몰랐다"며 "일단 계속 추진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우리도 (법안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부 스스로 자신의 살을 잘라내야 하는 개혁에 망설이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국제 기준에 맞추고 국가채무 등 재정통계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목표하에 정부가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재정건전성 논란의 중심에 있는 토지주택공사(LH), 수자원공사 등 주요 공기업 부채는 제외해 논란을 사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와 관련해 "국가채무를 작성하는 데 자의적ㆍ편의적 기준 적용으로 자칫 통계 신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불거지는 저축은행 부실과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을 놓고도 논란은 뜨겁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취임 이후 7개 부실 저축은행을 영업정지시키며 급한 불을 껐지만 핵심 대책으로 꼽히는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 설치에 대해서는 좀처럼 정치권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가교저축은행 매각 실패에서 드러났듯 시장이 저축은행의 가치를 매우 낮게 평가하는 현실에서 정부의 '의지'만으로 복마전 양상인 저축은행 난맥을 풀 수 있을지 의심의 여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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