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비화 게임리그] 열기더해가는 온게임넷 스타리그

[비화 게임리그] 열기더해가는 온게임넷 스타리그 그야 말로 성탄 빛이 완연한 연말연시. 게임계에도 한해를 마무리하는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오는 28일에는 온게임넷 스타리그 왕중왕전의 챔피언 결정전이 건국대학교 새천년 기념관에서 갖기로 했다. 엊그제 서울 코엑스몰의 게임 경기장에선 온게임넷 스타리그 왕중왕전의 국기봉 선수와 봉준구 선수의 경기가 열렸다. 3승1패를 기록하고 있는 국기봉선수는 승리하면 곧바로 결승진출, 2승2패를 기록하고 있던 봉준구선수는 승리하면 다음 경기 결과에 따라서 승자승으로 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다음주 월요일에 방송되므로 미리 밝힐 수는 없지만 스타크래프트 전사(戰史)에 길이 남을 명승부였음을 밝혀둔다. 아무튼 이 두 선수의 경기를 중계하면서 필자의 기억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한국 프로게임 역사를 새로쓴 한국 최초의 프로게임리그,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 새 밀레니엄의 기대 속에 무더운 열기가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을 무렵 황PD와 필자는 또 다른 욕심에 사로잡힌다. 몇 차례의 프로그램 제작으로 스타크래프트 중계의 노하우와 가능성을 확인한 바였다. 나름대로 어설프기 짝이 없었던 캐스터와 해설자의 호흡도 맞아가기 시작했다. 선수는 나날이 프로임을 자처하는 선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동호회 형식으로 만든 소위<길드>를 중심으로 매니저와 선수가 모이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대회의 상금을 노리며 경기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이들이 관객들과 만나는 공신력 있는 대회라는 점에 우리는 동의했다. 우리는 보다 호흡이 긴 대회를 구상했다. 온게임넷 황PD의 증언. "한국 프로농구를 벤치마킹했습니다. 물론 프로농구의 경우 농구팬이 확보되었다는 상황이 작용했겠지만 그것을 펼쳐가는 방법론으로 미디어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죠. 특히 시각적인 영상 디스플레이로 형상화 되는 디지털 게임의 경우엔 방송 미디어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판단했습니다." IMF상황에서 전국적으로 불어닥친PC방 열풍에 세계대회 우승자 이기석의 '쌈장'열풍, 그리고 프로게이머라는 뉴트랜드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과 맞물려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필자 등이 게임 중계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한 99년 1월 스타의 판매량은 14만장, 10월엔 35만장, 불법 복제 이용자까지 합해 1백만 가까운 매니아층이 형성되어있었다. 분위기는 무르익어 있었지만 방법론은 아무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필자는 기업을 설득해 프로팀을 창단하고 폼나는 프로리그를 발족하자고 했다. 그러나 황PD의 생각은 달랐다. 아직도 게임에 대한 인식의 벽을 뚫기엔 부족했다. 특히나 결재권을 갖고 있는 기업의 경영진은 젊은 친구들의 트랜드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 수 밖에 없었다. 게임에 대해 완고한 기성세대에 대한 도전! 그 첫 번째 전사들로 이기석, 최진우, 국기봉, 김태목등 열 여섯명의 선수가 선정되었다. 그리고 여덟 개 기업의 마케팅 부서의 관계자를 초빙해 각 두명씩의 선수들을 트라이아웃했다. 물론 지금처럼 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관리하지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저 재미있는 방송프로그램에 협찬을 한다는 가벼운 마음이었고 그들이 쥐어준 상금을 위해 선수들은 열심히 뛰면 되는 것이었다. 일단 기본적인 골격은 만들어졌지만 성공도 실패도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스타크래프트가 인기가 있다지만 그저 많이 팔린 게임에 불과할 뿐, 그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일부러 시청률을 낮추겠다는 말처럼 들렸다. 더구나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사람이 '보는'데에도 찬사를 보내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황PD 회사에 성공을 자신하며 자신의 목을 내 걸었고, 필자는 방송MC로서의 생명을 걸었다. '우리'는 성공을 자신하며 서로를 다독거렸지만 '쓸데없는 일을 하는건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은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러나 두달후 우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99년 10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때부터 시작해 IMF의 찬바람이 혹독히 몰아부친 99년의 세밑까지 약 두달간 한국의 게임리그는 우렁찬 첫 울음을 터뜨렸다. 첫 시간대 점유율 12% 그 이후에 16강과 8강, 4강, 결승에 이르기까지 매회 시청률을 경신하는 기록, 95년 3월 한공중파 프로그램을 시청률로 이긴 유일무이한 프로그램의 기록...한국 최초의 게임리그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다음주 목요일, 12월 28일엔 건국대학교 새천년 기념관에서 지난해 코리아오픈과 올해의 투니버스 스타리그, 그리고 온게임넷으국에 케이블TV 개국이래 최고 시청률 (42%) 기록, 그리고 케이블 프로그램으로 동시간대로 이름을 바꾸고 시작된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우승, 준우승자들이 최고의 고수를 가리는 왕중왕전이 열린다. 이 경기에 필자는 또 하나의 욕심을 부린다. 시간대 시청 점유율 50%/! 280만의 케이블 가입자중에 과반수가 우리가 만드는 프로그램에 채널을 맞추는 새로운 기록이 그것이다. 이것은 개인의 이익이나 명성을 위한 욕심은 아니다. 프로 게임리그가 그 뚜렷한 정체성을 갖고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다는 시그널,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장르가 확고히 자리잡았다는 선언, 그래서 우리에게 진정 게임 산업의 미래가 존재한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또 한걸음이 되기를 절실히 바랄 뿐이다. /정일훈 방송MC·게임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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