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국, 한국과 역사 인식 공조 일본 압박

안중근의사 기념관 개관 앞서 한·중 표지석 문구 등 긴밀협의

日 관방 "안중근은 테러리스트"… 정부 "몰상식한 발언" 비난

중국이 역사인식 문제에서 한국과 공조를 강화해 일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19일 헤이룽장성 하얼빈역에 당초 한국의 요청보다 격을 높인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개관하자 현지 언론들은 한국 독립운동가인 안중근 의사의 업적과 기념관 개관 소식을 소개하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거 일본 침략의 피해자인 한국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역사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즉각 외교채널을 통해 양국에 항의의 뜻을 전하는 한편 한중 역사인식 공조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이후 청와대 차원의 사의 표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관영 신화통신은 전날 안중근 기념관 개관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속보로 전한 데 이어 이날은 사설에서 안 의사의 의거는 역사적 인물로 기리는 것을 넘어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통신은 기념관 개관이 과거의 증오를 불러일으키려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역사를 분명히 하고 일본의 잔혹한 식민 지배와 그에 따른 한국과 중국의 고통을 기억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설은 중국 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를 비롯해 왕이·광명망에 메인 뉴스로 올라왔다.


이날 개방된 기념관은 역내 귀빈대기실을 개조한 200㎡ 규모로 안 의사의 출생과 성장 과정, 역사적 배경, 이토 히로부미 저격 이후의 재판 과정을 볼 수 있는 각종 사진과 사료가 전시돼 있다.

관련기사



기념관 입구 상단의 시계는 이토 히로부미 저격 시간인 오전9시30분에 멈춰 있다.

이번 기념관 개관에 앞서 한중 양국이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지난해 6월 말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기념표지석 설치를 요청한 후 양국 간에는 문구·유의사항 등에서 협의가 있었다"며 "표지석이 아닌 기념관 건립은 11월 말께 중국 측에서 알려왔다"고 말했다. 실제 기념관의 적잖은 전시물을 우리 독립기념관이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이 일본의 조선 초대총감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 의사의 기념관을 설립한 데 대해 일본은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19일 외무성 이하라 준이치 아시아태평양국장을 통해 한중 양국의 주일공사에 전화로 항의의 뜻을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안중근은 일본의 초대 총리를 살해한 테러리스트"라며 "중국과 한국이 일방적인 평가에 근거해 공동으로 전개하는 국제적 움직임은 지역평화와 협력관계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양국에 일본의 입장과 우려를 전해 왔는데 매우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들도 지난 연말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중국과 한국 공조에 의한 일본 고립이 가속화되고 있는 데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산케이신문은 "한국은 '중국이 박 대통령이 당초 요청한 기념표지석 설치보다 격을 높였다'는 점을 선전하며 역사인식 문제에서 대일 투쟁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 한중 양국이 협력해 대일 포위망을 좁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이 중국에 안중근 의사 기념 문제를 제안했을 때만 해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다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기로 태도를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신문도 "중국이 역사 문제에서 한국과 협력을 강화해 일본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