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양자를 찾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을 양자(養子)로 맞겠습니다.'

외환위기로 기업체 부도와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지난 1998년 말,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 회자됐던 글의 제목이다. 글쓴이는 자수성가한 독지가나 재력가가 아니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부장급 회사원이었다.


그가 양자를 찾게 된 이유는 뒤늦게 얻은 초등학생 아들의 학자금을 걱정해서다. 성실한 고학생을 양자로 들여 대학 등록금을 지원할 테니 나중에 자신의 아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등록금을 책임져 달라는 내용이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대학 학자금 혜택을 양자에게 주는 대신 자신의 아들에게 혜택을 돌려달라는 얘기였다. 그 뒤 입양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소주잔을 기울였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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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에 대한 부담은 외환위기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요즘 직장인들은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데다 만혼(晩婚)이 많아 회사의 학자금 지원을 받는 이가 드물다. 50대 초반 직장인은 언제든지 회사를 그만둘 각오를 해야 하지만 자녀들의 대학 진학 시기는 몇 년 뒤의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을 비롯한 직장에서 제공하는 대학 학자금 지원 혜택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샐러리맨들의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에듀푸어(edu poor)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교육비 부담이 큰데다 대학 등록금도 비싼 터라 회사를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직장인들에게 대학 학자금 지원은 군침 나는 남의 떡인 셈이다.

더구나 자녀를 둔 직장인들의 학자금 걱정을 덜어줄 만한 맞춤 금융상품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기업과 금융회사가 머리를 맞대면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히트상품을 내놓을 수 있을 법한데 아직 그러한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한 시중은행이 중견ㆍ중소기업과 손잡고 장기 근속 근로자를 대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상품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상품구조를 대학 학자금과 연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다. 직원들이 적금에 가입하면 회사는 적금의 일부를 보조하고 금융회사가 우대금리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면 많은 학부모 직장인들의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여기에다 정부가 세제 혜택을 덤으로 제공한다면 저금리 시대의 히트상품으로 떠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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