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미국 뉴허라이즌스호 내년 명왕성 도착… 우주 탄생 비밀 푼다

발사한지 9년반 만에 48억㎞ 비행… 1만㎞내 근접 촬영

태양 빛 영향 거의 없어 초기 태양계 물질 보존 가능성

고감도·고성능 장비 실려… 성공 땐 "과학 기술의 승리"


'10년을 날아가 46억년 전 우주 탄생의 비밀을 벗긴다.'

227일 후인 내년 7월14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명왕성 탐사선인 '뉴허라이즌스호'가 태양계의 끝에 있는 명왕성에 도착한다. 착륙은 아니고 1만㎞ 이내까지 근접해 주변을 돈다. 2006년 1월19일(현지시간) 발사한 지 3,464일(9년 반) 만이고 지난 1930년 첫 발견 후 85년 만이다.


명왕성은 지금까지 허블우주망원경을 통해 동전보다 작은 크기로만 관측이 가능했다. 그러나 뉴허라이즌스호가 찍어 보낼 사진에는 명왕성 대기의 모습과 수백m 높이의 분화구 등 상세한 모습이 담길 것으로 기대된다.

명왕성은 달보다 작다. 크기는 4분의3, 질량은 5분의1 수준이다. 이 때문에 뉴허라이즌스호가 출발할 때는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이었지만 2006년 왜소행성으로 강등됐다. 명왕성은 태양계 행성 중 미국인이 발견한 유일한 것으로 NASA는 "명왕성 지위는 여전히 논란 중"이라며 "명왕성이 태양 주위를 돌고 있고 구 모형을 유지하기 때문에 행성"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탐사로 명왕성이 다시 행성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또 현재 5개까지 발견한 위성을 몇 개 더 찾을 수 있을지도 흥미롭다.

그러나 과학계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이번 탐사로 우주 탄생의 비밀이 풀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명왕성이 속한 카이퍼벨트는 수천 개의 얼음과 바위 덩어리로 구성된 지역으로 태양계 탄생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그곳은 태양 빛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태양계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물질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초기 생성물질과 생성과정, 태양계 전체의 생성역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태양 빛이 적은 명왕성은 온도가 영하 233도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연구실장은 "태양계는 크게 수성·금성·지구·화성 등 지구형 행성과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등 가스형 행성, 그리고 해왕성을 지나서 있는 카이퍼벨트 등 셋으로 나눈다"며 "카이퍼벨트는 태양계의 과거와 모든 행성들의 화학적 물질에 대한 단서를 갖고 있어 우주 탄생의 비밀을 벗겨줄 수 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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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허라이즌스호는 현재 2.5m의 작은 그랜드피아노만 한 크기에 무게는 478㎏으로 100W 전구 두 개를 켤 수 있는 작은 전력으로 총알보다 10배 빠른 초속 16.5㎞의 속도로 항해 중이다. 우주에서는 한 번 가속을 받으면 그 속도가 유지된다.

뉴허라이즌스호는 항해 중간에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우주선보다 빠른 속도를 만들어냈다. 인간이 만든 물체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이 때문에 지구와 태양과 거리의 32배나 되는 명왕성까지 약 48억㎞를 우주선(25년)보다 빨리 날아간다. 빛은 4시간30분, 비행기는 700년이 걸리는 거리다.

뉴허라이즌스호에는 우주의 신비를 풀 수 있는 고감도·고성능·최첨단 장비가 탑재됐다. 각종 장비는 대기에서 방출되는 각종 분자들을 탐지하고 가스 등이 얼마나 빨리 새 나가는지 측정한다. 또 축구장 크기의 물체를 탐지해 촬영할 수 있는 고해상도 카메라, 대기를 분석하고 어두운 곳의 온도를 측정하고 미립자를 탐지할 수 있는 장비 등도 실렸다.

전문가들은 명왕성 탐사가 미국의 앞선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SW) 기술을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최 실장은 "명왕성 탐사를 단순하게 정의하면 미국 기술력의 승리"라며 "달까지는 전파가 1~2초밖에 안 걸려 TV를 보면서 조정이 가능하지만 화성부터는 우주선이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무인로봇·통신 등 IT와 SW 기술의 정확도가 떨어지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거리가 멀수록 정밀제어가 힘들어 러시아도 화성 착륙을 열 번이나 시도했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을 정도다.

또 명왕성 탐사는 상대성이론 때문에 가능했다. 최 실장은 "상대성이론은 엄청나게 빠르고 무겁고 큰 데서 나오는 영향이기 때문에 지구나 일상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고 우주로 가야 느낄 수 있다"며 "뉴허라이즌스호처럼 우주 먼 곳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는 상대성이론으로 보정을 해야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 100주년을 맞는 상대성이론을 뉴허라이즌스호가 기념해주는 셈이 됐다.

한편 뉴허라이즌스호 프로젝트에는 10년간 총 7억달러의 예산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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