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이대근, 이댁은'

'남성'은 사라져도 '아버지'는 남는다


‘이대근, 이댁은’은 제목 그대로 배우 이대근이 주연으로 출연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머리 속에 그리는 ‘남성적 이미지의 대명사’ 이대근은 영화 속에 없다. 작품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의 이미지를 뒤집고 비틀었다. 한때 한국 남성성의 상징처럼 포장돼 심지어 코미디를 통해 희화화되기까지 했던 이대근을 늙고 병든 우리 시대의 아버지로 재탄생 시킨 것. 영화는 극단 차이무의 연극 ‘행복한 가족’을 원작으로 했다. 아내가 죽은 후 도장 파는 일을 하는 노인 이대근(이대근). 막내아들은 사업 실패 후 집을 나가 소식이 없고 큰아들, 딸과는 3년 전 아내 제삿날에 대판 싸운 후 연락마저 끊고 등을 돌렸다. 그렇게 외로운 삶을 살고 있던 이대근. 어느날 막내 아들을 찾는 일을 맡겼던 심부름센터 구실장(박원상)에게 자식들을 한자리에 모아줄 것을 부탁한다. 이렇게 해서 서울의 한곳에 빌린 집에 모이게 된 큰아들(이두일), 큰며느리(정경순), 딸(안선영), 사위(박철민) 등 네 사람. 3년만의 만남으로 어색했던 이들은 함께 제사를 지내며 조금씩 서먹함을 풀어간다. 그렇게 제사가 끝나고 하루가 끝나 갈 무렵 마지막 반전이 시작된다. 평범하게 흐르던 영화가 반전을 통해 뒤집히면서 기막힌 사연이 흘러나온다.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쓸쓸한 뒤안길을 담는 영화의 이런 스토리는 찡하고 가슴을 울린다. 특히 애잔하면서도 삶의 회한을 담은 영화의 마지막 결말은 특히나 애달프다. 연극을 영화로 재구성한 만큼 작품은 지극히 연극적이다. 관객들은 초반과 결말을 제외하곤 줄곧 한곳의 세트에서 울고 웃고 떠드는 배우들만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런 제한적인 동선이 이 영화에선 큰 제약이 되지 않는다. 이는 이두일, 정경순, 박철민, 박원상 등 연극계에 잔뼈가 굵은 배우들의 능숙한 연기 덕분이다. 이들은 능숙한 연기 호흡을 주고 받으며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 나간다. 오랜만에 주연을 맡은 이대근도 오랜 연기 내공에 어울리는 아버지 연기를 해낸다. 비록 특출한 스타는 없지만 이 같은 뛰어난 배우들의 앙상블을 보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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