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철도 경쟁체제, 국민불편 부메랑 된다


요즘 공기업인 철도 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하지만 독점 이윤은커녕 손실을 떠안고 있는 우리 철도 현실을 감안할 경우, 이 같은 신자유적인 주장을 그대로 적용해도 좋을지 의문이다. 이론적으로 철도산업의 비용 특성은 차량, 기관사 등 투입요소를 노선별ㆍ차종별로 공유하므로 '범위의 경제'가 높게 나타난다. 부문으로 나누거나 노선별로 경쟁화하는 것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하시킨다. 실제 사례로 철도의 발상국 영국을 들 수 있다. 지난 1997년 철도 민영화 완료 후, 정부와 민간기업은 안정적 수익을 올렸지만 국민들은 다른 유럽 국가보다 훨씬 비싼 운임을 지불하고 있으며 안전사고가 크게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대기업이 건설하고 운영해왔던 공항철도가 적자 누적으로 14조원의 보조금 지출이 우려되자 정부는 이를 철도공사에 매각했다. 공기업의 철도운영이 민간 부문보다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우리나라 철도경영의 중심점은 효율성보다는 공공성이다. 이러다 보니 3년째 요금은 동결돼 있고 지나치게 높은 선로 사용료를 납부하며 공익목적으로 적자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민간기업의 철도 진출은 부작용을 키우게 된다. 민간기업이 철도 부문에 진출하더라도 흑자가 발생하는 고속철도 부문에 진출할 것은 뻔하다.'돈이 될 만한'시장에만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제공하거나 진입하려고 경쟁을 벌이는 소위 '크림스키밍'현상이다. 그러나 기대수익률을 감안한 자본비용을 원가에 포함한다면 고속철도 운영이 흑자가 될지 의문이다. 또한 민간기업은 건설 부문의 단물만 빨아먹고 운영 부문의 적자를 국민의 세금으로 떠맡긴 채 사업에서 손을 떼는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아직 우리 철도는 투자와 수요가 부족하고 국토가 좁아 철도체제의 수평이나 수직적 분리효과는 크지 않다. 먼저 분리된 건설과 운영 부문을 합치는 등 지배적 철도 운영자를 공적 영역에서 적극 육성한 후에 민간 부문을 진입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순서이다. 국민전체 이익을 위해 공공재인 철도의 경쟁체제 도입은 분명 시기상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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