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의보감] 호연지기

좋은 뜻과 선한 마음이 건강비결

"밤에는 자고 일찍 일어나며 큰 걸음으로 뜰을 거닐되 머리를 풀고 몸을 편안하게 이완시켜 좋은 뜻이 생겨나도록 한다. 무엇이든 살려주고 불필요한 살생을 하지 말며, 주되 빼앗지 말며, 칭찬하되 욕하지 말라. 이것이 바로 봄의 기운에 응하여 양생하는 법도다" (황제내경 四氣調神大論). 양생이란 현대식으로 말하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방도이다. 건강관리와 윤리도덕은 아무 상관이 없어보일지 모르지만 옛 사람이 봄의 기운에 응하여 양생하는 수단으로 여러 가지 도덕적 원칙을 강조한 것은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큰 걸음으로 거닐며 머리를 풀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좋은 뜻이 생겨나도록 한다는 것은 후에 맹자가 말한 호연지기(浩然之氣)와도 상통하는 말이다. 맹자의 호연지기는 인간에게서 기(氣)가 가장 강하고 큰 상태를 말하는 것인데 후대 학자들은 이것을 정기라는 말로도 풀이했다. 사람이 건강하게 사는 비결로 흔히 쾌식 쾌변 쾌면을 든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이 최대의 건강 비법이란 말이다. 마음이 옹색하여 움츠러들고, 죄책감이 있어 두려우며, 욕심으로 인해 항시 불안하다면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 변기에 앉아도 시원하게 배설이 안되며 잘 때에도 활개를 쭉 펴고 편한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큰 걸음으로 거닐고 머리에 긴장을 풀고 마음까지 편안해지기 위해서는 욕심과 불안이 없어야 하니, 최상의 도덕과 최상의 건강훈은 서로 다르지가 않다. 성서에서도 부모를 공경하면 장수한다는 계율이 등장한다. "길을 가다가 나무에나 땅에 있는 새의 보금자리에 새 새끼나 알이 있고 어미 새가 그의 새끼나 알을 품은 것을 보거든 어미 새와 새끼를 아울러 취하지 말고…. 그리하면 네가 복을 누리고 장수하리라"는 말도 있다. 고대 양생훈에 "야산에 올라가면 새알을 깨뜨리지 마라, 봄날 나무의 새순을 꺾지 마라, 제비집을 헐지 마라"는 가르침과 상통한다는 것은 흥미롭다. 추운 날씨와 함께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던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왔다. 어깨를 활짝 펴고 큰 걸음으로 걸어보자. 더불어 마음에서도 꽁하게 매인 것이 있다면 봄 날씨와 함께 풀어보자. 이렇게 호연지기의 자세로 마음이 편안해졌다면 이제 비로소 좋은 보약이나 좋은 음식이 영양가를 최상의 효용을 나타낸다. 마찬가지 원리로 모든 질병의 치료도 내 마음에서 먼저 시작되는 것이 바른 순서다. 이은주ㆍ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화당한의원장ㆍ한국밝은성연구소장ㆍdaehwad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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