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얼어붙은 지방경제

[심층진단] 얼어붙은 지방경제 기계 멈추고, 어음은 휴지조각 지방경제는 지금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의 터널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우자동차 부도와 부실기업 퇴출, 그리고 건설경기의 침체로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가 하면 조업을 중단하는 업체도 속출하는 가운데 어음 부도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당연히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지역의 상인들도 2년전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때 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아우성이다. 관련기사 ◇부산ㆍ창원ㆍ울산 주력산업의 몰락이후 침체를 거듭해온 부산의 지역경제는 대우자동차 부도충격에 소비와 건설경기 위축까지 겹치면서 최악상황을 맞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부산지역 제조업체의 지난 10월말 현재 조업율은 74%로 곤두박질 쳤고 부도업체도 올들어 450여개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실업자수는 10만명을 훨씬 넘어서 실업률이 전국 최고치인 6.1%를 기록하고 있다. 어음부도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중 어음부도율은 0.77%로 작년 3월 0.96%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최근에는 대우자동차 부도사태로 협력업체 300여개 대부분이 조업중단 했거나 가동중단 위기를 맞고 있고 우방과 동아건설 부도에 이은 현대건설의 유동성위기로 건설산업마저 완전히 얼어 붙었다. 우리나라 기계공업의 중심지인 창원공단도 가동률이 떨어지는 등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동남지역본부에 따르면 9월중 단지내 입주업체들의 가동률이 80.8%로 전월대비 0.3%가 떨어진 상태고, 또 생산액은 1조4,862억원으로 2.4%인 359억원이 줄었다. 경남지역도 건설업계의 버팀목 이었던 대동주택의 퇴출과 지역 경제계의 침체로 실업률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경남사무소는 "9월중 경남지역 실업률이 전월에 비해 0.3%포인트 늘어난 3.1%"라고 밝혔다. 이는 한달간 실업자수가 4,000명 늘어난 것으로 현재 경남에만 실업자가 4만4,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우차 협력업체 A사는 "대우차 어음이 부도처리 되는 바람에 당장 76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며 "우리회사로부터 물량을 받는 2∼3차 협력업체들도 조업이 언제 중단할 지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공업도시 울산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다른 지역처럼 고사위기에 몰려 있진 않지만 경기 지표가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 지역 주력 3대업종 가운데 2~3년치 물량을 확보해 둔 조선업종만 호황을 누리고 있을뿐 자동차와 석유화학업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들어 지난 10월말 현재 내수 55만대, 수출은 71만대에 그쳐 올 연말 목표치인 72만대, 95만대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 지역내 1,2차 자동차 협력업체 300여개사중 상당수는 대우차 여파까지 겹쳐 일제히 잔업중단에 들어갔다. 석유화학은 2년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당시로 회귀하고 있다. 울산석유화학단지내 20개사중 절반이 지난 9월부터 일부 생산라인을 세웠고 원유가격까지 치솟자 생산설비를 놀리는 곳이 잇따르고 있다. 유통업계에도 찬바람이 불어 재래시장과 영세상가들은 문을 닫는 곳이 부쩍 늘고 있다. 성남동 중앙시장의 경우 200여개의 점포중 30여개가 철시했거나 점포를 내놓고 있다. 향토백화점 3곳도 이미 부도를 내거나 대형유통업체에 매각된 상태다. ◇인천ㆍ경기 대우자동차 부도처리 여파로 인천과 경기도 지역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9일 대우차 부도 이후 관내 1차 협력업체 한 곳이 첫 폐업을 선언한데 이어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업체가 급속히 늘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 등에 있는 대우차 1차 협력업체는 모두 63개사. 이중 30여곳이 900억원의 외상 매출금을 회수하지 못해 조업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이미 세일튜빙은 지난 17일 폐업신고를 냈다. 그리고 세일이화는 20일 부도를 내고 무너졌다. 게다가 대우차 2, 3차 협력업체 1,300개사도 연쇄도산 할 운명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인천지역의 실업자수는 지난 7월 4만5,000명에서 11월 현재 이미 6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러다가는 12월말께 자칫 실업자가 10만명 선까지 육박할지 모른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인천항도 국내외 환경악화로 물동량이 급격히 줄고 대우차의 수출중단 위기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 5월 1,020만 톤에서 9월에는 861만 톤으로 대폭 감소하는 등 4개월 연속 하향곡선을 보이고 있다. 올7월 평택항에서 자동차 부두를 운영함에 따라 기아차 무량마저 대거 그 쪽으로 옮겨져 매월 5만대를 웃돌던 자동차 수도 4만대도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인 수출전망도 어둡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인천항을 통한 수출 증가율은 35.5%로 전국 평균 증가율 25.1%보다 높았으나 하반기 들어 25.3%로 뚝 떨어졌고 더 이상 회복기미 마저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반원공단과 시화공단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 대우차 협력업체가 39개사 정도 있지만 의존도가 낮아 아직까지 조업을 중단한 업체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 전망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한결같이 어둡다. 공단관계자는 "지난 9월 공장 가동율은 83.4%를 유지했지만 10월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부평 재래시장 상인들은 "대우차가 부평 지역 상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난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면서 "대우차가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 경북 자동차부품과 섬유업체들이 몰려 있는 대구 달성공단의 280여 입주 업체들은 대우자동차 부도이후 시한폭탄을 안고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88%에 달하던 공단 평균 공장가동률은 최근에는 55%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입주업체들은 자금수요가 폭증하는 이달말에는 상당수 기업들이 쓰러질 것이라는 '월말공포증'이 팽배해 있다.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N사의 경우 최근 일감이 급격하게 줄어 생산라인을 줄이고 있다. 이 회사는 매출의 70%를 대우자동차에 의존하고 있어 직원들은 이 같은 조업단축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섬유와 건설산업의 몰락으로 허리가 꺾인 대구 경제에 대우자동차 부도는 치명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삼성상용차마저 퇴출, 이같은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유통업계도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들린다. 올 추석전까지 엄청난 매출신장세를 보이던 지역 백화점들은 신장률이 뚝 떨어져 5~6%에 머물고 있고 할인점은 10%이상 매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광주 전남지역 하남공단내 N하이테크를 운영하고 있는 남모(46)사장은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 최소한의 인원으로 버티기를 하고 있다"며 "제조업을 하루 빨리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다"고 불안한 심정을 토로했다. 광주와 전남지역의 제조업체들도 굴뚝산업이 정말 무너지는게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사정은 건설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동아건설이 퇴출됨에 따라 동아건설이 시공중인 광양컨테이너부두 2단계 사업 등 시공중인 대형공사가 많아 지역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1월부터 9월까지 수주액이 112,684억8400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정도 줄었다. 강영순(姜英淳)광주건설협회 사무국장은 "회원사 65개중 30%는 올해 단 한건의 공사 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건설경기는 최악의 상태"라고 말했다. 소비경기도 급속히 얼어붙기는 마친가지. 게다가 백화점과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에 재래시장 경기가 빼앗겨 광주시내 재래시장 상가의 3분의 1이상이 문을 닫거나 비어 있는 등 침체에 빠져 있다. 시내 재래시장 22곳의 2,660개 점포가운데 정상운영중인 곳은 1,721곳에 불과하고 939곳이 문을 닫은 상태다. /부산=류흥걸기자 hkryuh@sed.co.kr /울산=김광수기자 kskim@sed.co.kr /창원=황상욱기자sook@sed.co.kr /인천ㆍ경기=김인완기자 iykim@sed.co.kr /대구=김태일기자 tikim@sed.co.kr입력시간 2000/11/26 20:14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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