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기능 재정비 시급
美 현대전자 보조금시비 예고편 불과
올들어 선진국들의 통상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통상조직은 오히려 적전분열의 양상을 보이고 있어 통상조직의 전면 재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부시행정부는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부(USTR)대표를 새 무역전사로 내세워 통상압박을 가해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강력한 통상전사로 나서야 할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을 아직 결정하지 못하는 등 흐트러진 전열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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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정부 고위관계자 및 학계 통상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EU를 필두로 통상압박이 가시화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통상리더십 부재, 전문인력 부족, 통상시스템 결함 등 구조적 선결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말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내정한 뒤 아직 후임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 재정경제부에 대외경제조정기능을 총괄하는 국제업무정책관(1급)을 신설, 통상관련업무가 통상교섭본부, 재경부, 총리실 등으로 분산되고 있다.
또 통상전문인력의 부족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과거 UR협상 등 통상경험이 많은 통상산업부, 재경부 통상관료들이 재외공관에서 영사업무를 맡고 통상교섭본부 출범 당시 서기관급 이상 간부들도 대부분 해외로 빠져나가 실무를 담당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재영 성균관대 교수는 "최근 미국이 현대전자 문제를 앞세워 통상의 칼을 빼든 큰 이유중의 하나도 통상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데 있다"며 "정부는 산업은행의 현대전자 회사채신속인수 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미국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고 마찰이 빚어지지 않도록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고 분석했다.
김철수 세종대 부총장은 "역사적으로 통상마찰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부분 국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통상리더십과 시스템이 하루빨리 제 기능을 회복해 대내적으로는 조정기능을 활성화하고 대외적으로는 다자차원의 통상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석 기자 ever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