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사랑은 표현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몇 년 전 작자미상의 ‘아버지는 누구인가’라는 글이 인터넷과 입소문을 통해 퍼져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당일 조회수가 무려 600만건에 육박했다는 그 시의 한 대목이다. 이 시에서 아버지는 ‘약하지만 강한 척하면서 감정을 속으로 삭이는 사람, 약한 사람이 강한 척하기 때문에 안쓰러운 존재’다. 한 문화평론가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남들도 그렇구나 하면서 ‘집단적 위안’을 받는 것 같다”며 그런 점에서 이 글의 원작자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아버지를 둔 모든 이’라고 해석했다. 이 글보다 더 몇 년 전인 IMF 직후, 소설 ‘가시고기’로 전국이 ‘아버지 신드롬’에 빠졌던 적도 있었다. 이혼한 뒤 백혈병에 걸린 어린 아들을 혼자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다 암으로 죽음을 맞는 아버지를 다루었다. 어머니의 사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아버지의 자식사랑을 이야기해 당시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었다. 수컷 가시고기는 알에서 갓 부화한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때까지 온몸을 바쳐 뒷바라지하다가 끝내 숨을 거두는 부성이 가장 강한 생물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나이가 점차 다가와서 그런지 요즘 아버지 생각이 자주 난다. 위 시에서도 “아버지는 돌아가신 후에야 보고 싶은 사람”이라고 했던가. 자라면서 무뚝뚝하게 굴었던 것이 많이 후회된다. 결혼 후 분가해 살았을 때 아버지가 가끔 전화를 하셨다. 그때 좀더 곰살맞게 대답해 드리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아~예, 아버지 잘 지내셨어요.” 부드럽게, 말을 한껏 길게 빼서 다정하게 대답해 드렸다면, 또 전화를 먼저 걸었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아버지 노릇을 잘하고 있나’ 자책하는 아버지가 돼버린 지금, 이제야 아버지의 마음이 온통 내게로 옮겨온다. 이 세상의 무뚝뚝한 아들들이여. 오늘만큼은 따뜻한 미소와 다정한 말로 그동안 아버지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과 감사와 위로를 전해보자. 그런 마음은 공무원의 업무자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면 비약일까. 묵묵히 일만 잘한다고 능사는 아니라는 거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제대로 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랑도 일도 표현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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