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해외경제] 다우지수 폭락, 엔화 강세

월가의 한 분석가는 『요즘 금융시장이 여자의 마음과 같이 수시로 변하고 있다』고 비유했다. 27일 뉴욕 증시가 경기과열을 우려해 폭락한 반면, 외환시장에선 미국경기 과열이 진정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관측과 함께 일본 엔화가 급등했다. 코소보 사태 악화, 인디아-파키스탄간 분쟁 등의 불안한 국제정세는 뉴욕 증시엔 공식대로 악재로 작용했지만, 국제정세가 불안할 때 오르곤 했던 달러 가치는 오히려 떨어지는 바람에 공식을 이탈했다. 호재와 악재를 판단하는 트레이더들의 시각이 우왕좌왕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날 뉴욕 금융시장은 상반된 논리가 지배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경기과열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올들어 연중 최대 낙폭인 235.23 포인트(2.20%)가 빠진 10,466.93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다우 지수는 지난 13일 1만1,107.19을 기록한 이후 5.7% 떨어졌다. 이에 비해 외환시장에서는 지난 1·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가 당초 예상한 4.5%보다 낮은 4.1%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경기 과열이 진정되고 있다는 징표로 해석돼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자는 분위기로 돌변했다. 뉴욕에서 엔화는 한때 1달러당 119.65엔으로 120엔의 벽이 무너졌으나 곧바로 회복, 전날보다 2.5엔 폭등한 120.18에 마감, 초강세 기조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미국 경기가 과열되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미국 달러는 상대적으로 강세 기조를 유지한다. 이번 주초 엔화가 1달러당 125엔을 향해 떨어졌던 것은 이를 반영했다. 그러나 외환 거래의 방향을 바꾼 것은 미국의 주가다. 뉴욕 증시에 투자된 많은 자금이 주가 하락을 우려해 이탈했고, 이 돈이 엔화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를 부추긴 것이 일본 관리들이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재무부차관은 월 스트리트 저널지에 낸 기고에서 『일본 경제에 대한 비관론은 잘못됐다』며 경기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고, 외환 딜러들은 엔화 강세기조로 돌아섰다. 뉴욕 증시 하락의 또다른 요인은 29일부터 시작되는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다. 증시는 3일 동안 폐장하며,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리고 휴가를 즐기기 위해 대거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왔다는 분석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분명히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전까지 뉴욕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현재 주가가 과대 평가돼 있다는 점에 공감하기 때문에 주가를 밀어올리는 세력과 잡아당기는 세력간의 싸움이 팽팽히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욕 증시에 집중된 풍부한 유동성은 인플레이션 가능성 인터넷 주가의 거품 효과 밀레니엄 버그 등의 악재로 상당기간 등락을 거듭한 후 방향을 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