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푸른 하늘과 반갑게 컹컹 짖어대는 강아지를 보았는가. 인생은 일장춘몽이라고 하지만, 때론 그것도 지겹다고 느낀 적은 없는지. 온통 전자기적 꿈속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래리, 앤디 워쇼스키 형제가 각본과 감독을 한 「매트릭스」의 주인공들이 그렇다.「매트릭스」는 환상적인 아름다움과 박진감 넘치면서도 춤을 추는듯한 유연한 액션이 난무하는 공상과학영화이다. 특히 남녀 주인공을 맡은 키에누 리브스와 캐리 앤 모스의 멋들어진 모습이 관객들의 눈길을 빼앗으며 영화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인다.
때는 2199년.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세계이다. 바로 AI가 생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인간을 기계적으로 양육하는 곳. 의식 즉 영혼이 거추장스러운 곳이다. AI가 꾀를 내어 「매트릭스」라는 가상공간을 만들었다. 육체를 빼앗긴 인간의 영혼이 마치 실제 삶을 살아가듯이 착각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수십억 인구의 뇌파가 모두 이 「매트릭스」에 연결되어 있다. 때문에 인류는 1999년이라는 시·공간 속에서 영원한 꿈을 꾸며 살아가는 것.
매트릭스 속에 한 메시아가 있었으니 해커 네오(키에누 리부스)가 바로 그 주인공. 매트릭스 밖에서 기계와 싸우며 저항하는 모피스(로렌스 피시번)와 여전사 트린(캐리 앤 모스) 일당이 광케이블을 타고 매트릭스 안으로 들어온다. 네오를 빼내 기계와 싸우기 위해서이다. 스토리가 이러하니 영화가 어찌 황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상공간 속에서 혈투를 벌이는 인간과 기계들.
「매트릭스」는 동서양의 영화기술과 철학이 화학적으로 결합한 매우 유연한 영화이다. 주인공들은 홍콩 무술감독 밑에서 4개월 동안 훈련을 받았다.피아노줄을 몸에 걸고 훌쩍 몸을 높이 날리고, 벽을 타면서 총알을 피하는가 하면, 강인하면서도 유연하게 단련시킨 늘씬한 몸매를 아름답게 연출한다.
적을 제압하기 위해 몸을 띄우는 여전사 트린. 일본 만화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를 닮은 그녀는 마치 기나 단학 수련을 통해 몸을 띄우듯이 공중에 2~3초간 멈추었다가 가격하고, 마치 꿈속처럼 빌딩과 빌딩 사이를 점프한다. 네오 역시 자신이 가상공간 속에서 헛꿈을 꾸고 있음을 눈치채자 총알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신통력이 생기는데….
주인공들은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역처럼 어쩐지 허무하면서도, 초월적이다. 때론 「첩혈쌍웅」의 주윤발과 이수윤처럼 폭력 속에 어린아이같은 몽상을 불어넣기도 한다.
눈이 어지러운 특수효과들, 그리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젊은 남녀 주인공의 매력이 만점인 「매트릭스」는 15일 전국 주요극장에서 동시에 개봉된다. /이용웅 기자 YY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