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융시장 패닉] 정부, 위기 총력대응 왜?

"실물경제로 불똥 튄다" 사실상 비상상황<br>"미지근한 정책으론 위기 해소 어렵다" 판단<br>유동성 풀어주되 모럴해저드 엄격 대응키로<br>일시 유동성 부족으로 中企 흑자도산도 경계

“이제부터는 정부의 정책이 확 달라질 것이다. 보다 공격적이고 전면적인 정책이 구사될 것이다.”(정부 고위당국자) 정부가 그 동안의 ‘뜨뜻미지근한’ 시장 대응으로는 속절없이 치솟는 원ㆍ달러 환율과 자금 경색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동원 가능한 비상 대응책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외화 유동성에 이어 원화 자금시장까지 경색 조짐을 보이자 지원 범위를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이를 위해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정책 집행에 소극적 입장이었던 한국은행까지 참여하는 등 사실상 준비상상황에 들어갔다. 정부가 이처럼 ‘총력 대응’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금융시장 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기 시작하면서 4%대 후반의 경제성장률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시장의 위기상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미국 구제금융법안이 통과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은 점차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신용경색이 개선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금융기관과 정부뿐 아니라 기업과 국민 모두의 동참이 필요하다”며 국가 차원에서 위기관리태세를 갖춰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동성 풀어주되 모럴 해저드는 엄격 대응=정부의 외환시장 안정대책은 ‘자구노력’을 조건으로 하는 유동성 지원이다. 우선 스와프시장과 무역금융 재할인을 통해 시중은행에 외화유동성을 공급하고 필요할 경우 2,397억달러가 비축된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지원규모를 늘리되 자칫 당국 지원이 외화를 과도하게 쌓아두려는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부추기지 않도록 엄격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수출입은행을 통한 50억달러의 외화유동성 지원과 외환보유액을 통한 100억달러 외화스와프 시장 지원 등의 조치를 내놓았다. 공급 조건에 대해서도 이미 수출입은행과 협의를 마친 상태다. 정부는 또 기업들이 해외은행에 예치한 외화자금이나 교포들의 외화예금 등 끌어들일 수 있는 달러화는 모두 국내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은행들의 협조를 요구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자구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관련 제도 개선 등 모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사정이 좋은 국책은행들이 신디케이티드론 등을 통해 해외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고 국책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외자가 유입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흑자도산 경계 강화=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중소기업 흑자 도산이다.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경쟁적으로 늘렸던 중소기업대출을 급속히 회수할 경우 실물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면서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이날 국정감사에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4.7%를 밑돌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기, 금융불안과 경기침체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회생특례자금을 종전 200억원에서 700억원으로 확대하는 등 중기지원을 강화하고 키코(KIKO) 등 파생상품 투자에 실패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지 않는 범위에서 회생 가능성을 판단해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 위원장은 일부 은행들이 수출환어음 매입 규모를 축소하려는 데 대해서도 “매입 외환 축소는 장기적으로 외화 유동성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이날 모인 은행장들에게 당부했다. ◇지준율 인하까지 기대하는 정부=일각에서는 달러화뿐 아니라 원화 자금경색 해소를 위한 한은의 지준율 인하나 증권거래세 인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대출금리 급등으로 시중 자금줄이 막히고 증시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폭락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준율과 관련해서는 환율과 물가 급등으로 한은이 당분간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을 위해 지준율을 건드리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지준관리를 완화하는 방안은 검토될 수 있지만 지준율을 인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단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금융위가 내심 지준율 인하를 원하고 있어 시장 경색이 더 심해질 경우 인하 카드가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증시 폭락사태가 거듭되면서 증권거래세 인하 가능성도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증시 상황이 악화하면 증권거래세 0.15~0.3%와 농어촌특별세 0~0.15% 등 총 0.3%인 증권거래 관련 세율 중 증권거래세를 낮추거나 농어촌특별세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소관 부처인 재정부는 아직까지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재정부는 이날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지난 1990년 이후 다섯차례의 세율조정이 있었지만 시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반면 막대한 세수 감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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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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