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울프(wolf)위츠와 늑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과연 강심장은 강심장이다. 빗발치는 여론의 화살을 예상했을 것 임에도 그는 세계를 상대로 네오콘의 수장 국방부 부장관 울포위츠의 세계은행 총재 지명을 주저함 없이 발표했다. 그의 호기(豪氣)에 대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평가는 촌철살인이다. “세계은행을 미국은행으로 만들어 미국 외교 정책 전초 기지화하려는 부시에게 울포위츠 이상 적임자가 있겠는가.” 부시의 밀어붙이기도 혀를 내두를 일이지만 지금 세계은행(WB)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경제기구 수장 자리를 놓고 줄줄이 엮어가는 강대국간 거래의 모양새는 실로 가관이다. 미국과 맞먹는 발언권을 가진 유럽은 미국의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 지명을 당초 반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네오콘 수장의 국제경제계 진출이 께름직 했겠지만 직접적으론 작년 IMF 총재 인선 당시 유럽이 밀었던 코흐 베저 독일 재무차관을 미국이 반대한 것에 대한 앙갚음에서다. 그러던 것이 슬그머니 지지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유는 EU가 미는 파스칼 라미 EU 집행위원의 차기 WTO 사무총장 진출을 놓고 미국과의 흥정이 필요해서다. WTO는 지난 선거에서도 강대국간 대립으로 6년의 총장 임기가 쪼개져 반반씩 나눠먹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선거 부작용으로 총장취임이 18개월이나 미뤄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장 선출을 둘러싼 협잡의 상황 외 내부 운영에서도 비민주ㆍ부패의 사슬은 이어지고 있다. 직원수 1만명의 세계최대 관료조직인 WB의 자금 집행을 둘러싼 의혹은 번번히 제기돼왔다. 현 울펜슨 총재 자신을 포함 내부적 부패 의혹에다 공여 자금과 관련된 추문이다. 무엇보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정작 협상에 참여해야 할 가난한 나라들은 배제되고 있는 점이 큰 문제다. IMF의 경우 회원국은 184개국이지만 이사는 24명에 불과하다. 이중 미국 등 8개국만이 자국을 대표할 수 있는 단독 이사를 갖고 있으며 나머지 회원국들은 몇 나라씩 그룹을 이뤄 이사를 선출한다. 독자 이사국 8개국 중에서도 미일 등 5개국만이 영구 이사국이며 나머지 3개국은 3년마다 선출된다. 미국만이 거부권을 가진 것도 문제다. 현재 IMF의 의결 지분은 출연기금에 비례한다. 그러나 매우 중요한 결정들은 85%의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미국만이 비토권을 갖게 된다. 이 같은 상황과 관련 개발도상국의 이익을 대변해온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세계은행이 제3세계 국가지원의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체운영방식부터 개선, 밀실 정치로부터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특히 지난 2002년 멕시코 개발금융정상회의에서 선진국들이 국민총생산의 0.7%를 개도국에게 제공키로 한 약속을 어기고 있는 미국 정부를 비난하고 WB 총재 후보는 내부 수술과 함께 제3세계에 대한 입장 등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등하는 조직 개혁의 여론 속 국제경제기구 수장으로 지명된 당사자 울포위츠의 기자회견은 이런 말로 마무리됐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세계은행 총재가 된다면 나는 어느 한 나라나 집단 견해를 대표하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실효성 있는 합의를 이뤄내는 데 노력할 것이다.” 그가 다른 사람의 수 많은 반대 의견들을 싹 무시하고 결국 밀어붙인 건 이라크 전쟁이다. 그런 그의 이름 ‘울포이츠’(Wolfowitz)에 착안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게재한 관련 컬럼의 제목은 ‘문 앞의 늑대(The wolf at the doo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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