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지난 6월말까지 현대자동차의 주가는 연초대비 141.9%나 올랐다.
현대모비스도 무려 211.5%나 오르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실적주ㆍ가치주ㆍ구조조정 성공주에 대한 관심을 한껏 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국민 경제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경제의 기둥역할을 하는 반도체가격은 하락하고 몇 년째 끌어온 대우차 처리문제는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으로 대표되는 자동차산업이 우리 경제의 한 축을 지탱해 줌으로써 급격한 경기위축을 방어해 왔다.
이런 공로가 인정돼 현대차는 외국인지분율이 56.7%까지 확대되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모비스도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델파이(Delphi)ㆍ비스톤(Viston)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세계적인 자동차 종합부품업체로 한단계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차의 상반기 영업실적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세계적인 경기위축에도 불구하고 원화약세를 배경으로 한 미국 수출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33.3% 증가했고, 내용상으로도 소나타ㆍ산타페 등 중대형 차량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판매단가도 크게 상승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우려했던 내수시장은 개발능력에 기초를 둔 신차효과와 대우차의 상대적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최고의 호황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현대차 그룹의 일원인 기아차나 현대모비스 등 관계사들의 영업실적도 괄목할만하다. 기아는 LPG가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체 판매대수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8.6%가 늘었고 현대모비스는 A/S(애프터서비스)사업을 기초로 복합화(모듈)를 통한 종합부품업체로의 변신을 시도하면서 시장의 주목도 받고 매출도 큰 폭으로 늘렸다.
그러나 주가는 실적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현대차 그룹의 주가는 그동안의 고공행진을 마감하고 조정국면에 진입하면서 하반기 이후의 상황에 대한 짙은 관망세가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그룹을 둘러싼 하반기 국내외 거시환경은 상반기와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여 상반기의 꾸준한 실적 호전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상존하고 있지만 자동차산업은 2ㆍ4분기를 저점으로 점차 회복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내수부문도 현대측의 내수 드라이브정책을 예고하고 있어 전체 판매대수는 상반기에 이어 증가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환율도 변동폭이 미미한 가운데 현대차의 경우 수출단가는 2ㆍ4분기 수준을 이어가면서 하반기 매출액은 상반기보다 7.4%가 늘어난 11조9,010억원이 예상된다. 올 전체적으로는 22조9,852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매출에 이어 수익성 부문에서도 큰 폭의 호조세를 기대하고 있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현대차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원을 웃돌 전망이며 하반기에도 이 같은 규모는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여 올해도 1조원 규모의 당기순이익 달성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상반기 시장주도주로서 최상의 영업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최근 주가조정은 시장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차는 대우차 문제, 계열분리 과정에서의 진통 등 시장의 비체계적인 위험으로 올초 1만1,700원으로 시작했지만, 본질적 가치는 다임러와 제휴 수준인 2만900원에서 출발했어야 했다.
이를 근거로 볼 때 최근 현대차 주가는 지난해 기업가치 수준에 불과하며, 올해의 영업가치에 대한 실질적 반영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이어지면서 3만5,00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기아차도 현대차 시가총액과 연계되면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 현대모비스는 하반기부터 차량 전장분야를 비롯한 부품제조분야로의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2만3,000원까지는 충분한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상익 대신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