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증권회사 다녀오겠습니다"

업무시간 중에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은행에 잠시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했다고 하자. 유별나게 근태를 강조하는 상사가 아니라면 우리나라 직장에서는 대부분 큰 문제없이 승낙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증권회사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했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왜 그럴까. 지난 6월 말 흔히 ‘자본시장통합법’이라 부르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입법예고됐다. 정부는 이 법을 통해 증권업으로 대표되는 자본시장 관련 산업을 은행ㆍ보험과 함께 금융의 3대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당연히 자본시장통합법은 현재 증권 업계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각 증권사마다 대응전략을 수립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데 대형화니, 특화 전략이니 하는 각 사의 생존전략도 중요하지만 이번 기회가 증권 업계 전체의 이미지를 일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두의 상황에서 은행에는 가도 되지만 증권회사에는 갈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증권회사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의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증권회사가 주식투자뿐 아니라 매우 다양하고 ‘건전한’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증권회사의 CMA라는 상품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연 4% 이상의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서도 입출금이 자유롭고 각종 공과금의 자동납부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이 인기의 비결인데 최근 10조원에 도달한 수탁 규모가 꾸준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CMA는 미국 메릴린치가 최초로 개발해 78년 서비스를 시작한 상품이다. 당시 미국의 증권 업계는 75년 5월1일자로 증권위탁수수료율을 완전 자율화한 소위 메이데이 조치로 큰 혼란에 빠져 있었다. 이러한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메릴린치가 3년에 걸쳐 개발해낸 신상품이 CMA였고, 발매 5년 만에 100만계좌, 200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는 메릴린치뿐 아니라 미국의 증권 업계가 업무 영역 확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돼줬다.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이라는 비전은 우리 자본시장의 획기적인 발전이 전제가 돼야 한다. 자본시장 발전의 중심축으로서 우리 증권 업계는 사업 영역의 폭과 금융서비스의 질을 제고해 고객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상사에게 자신 있게 “증권회사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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