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2월16일] 권리장전

1689년 12월16일, 영국의회가 승리를 거둔다. ‘신민(臣民)의 권리와 자유를 선언하고 왕위계승을 정하는 법률’이라는 의회제정법을 공포한 것. 바로 ‘권리장전’이다. 의회의 동의 없는 상비군의 육성 금지와 언론과 의원선거의 자유 보장이 주내용이다. 절대권력을 휘둘렀던 제임스2세의 폭정에 맞서 의회와 귀족들이 네덜란드의 오렌지공 윌리엄을 불러들인 명예혁명(1688년 12월) 이듬해의 일이다. 아내인 메리2세와 함께 공동국왕으로 등극한 윌리엄3세는 왕권을 제한하자는 의회의 요구에 따랐다. 권리장전의 선포로 영국에서는 전제왕정이 종식됐다. 1215년 대헌장(마그나카르타)이 승인된 이래 474년간 이어져온 국왕과 의회의 대결도 종지부를 찍었다. 입헌군주제의 영국은 걸출한 총리를 연달아 배출하며 날로 국운이 상승,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이룬다. 의회민주주의를 따내기까지 영국인들은 무수히 많은 피를 흘렸다. 왕의 종교에 따라 영국국교(성공회)와 카톨릭, 청교도들이 순서를 바꿔가며 떼죽음을 당했다. 국왕(찰스1세)이 처형당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갈등의 한복판에는 ‘세금’이 있었다. 마그나카르타 1조에 명시된 ‘의회의 동의 없이 세금을 거둘 수 없다’는 조항은 권리청원(1628년)과 권리장전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권리장전 선포 후 정확히 84년 후인 1773년 12월16일 발생한 ‘보스턴 습격사건(Boston Tea Party)’의 원인도 세금이다. ‘대표 없이는 세금도 없다’는 아메리카 식민지의 불만이 차를 실은 영국선박을 습격하게 만들었다. 영국의 귀족과 청교도 부르주아, 식민지 상공업자의 돈에 대한 애착이 영국 의회민주주의 뿐 아니라 미국 독립까지 낳은 셈이다. /권홍우ㆍ경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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