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엔론불똥 美기업 신용위기

투자자, 투명성 불신등 확산 조정장세 주도엔론 파산의 후유증으로, 미국 기업들이 '신용의 위기(Crisis of Confidence)'에 빠져 있다. 회계 투명성에 의심이 가거나 이상한 루머가 돌면 그 회사의 주식은 하루아침에 반토막나고, 경영갈등이 외부에 비춰지면 그 회사의 투자자들은 패닉적 투매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같은 권위있는 언론이 특정 기업의 매출에 의심을 제기하거나, 분기 결산을 며칠만 연기해도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말에 경기 회복과 기업 수익 호전을 기대하며 황소장세를 이끌었던 월가의 투자자들은 느슨해진 기업들의 회계관행과 투명성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며 조정장세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회계 장부 조작으로 파산한 엔론의 닮은꼴 회사들이 줄줄이 거론되면서 뉴욕 증시는 4일 다우존스 지수 2.2%, 나스닥 지수 2.9% 폭락했다. ◆ 분식 회계 루머에 하루만에 주가 반토막 엔터러시스 네트웍스라는 컴퓨터 부품 생산회사는 이유를 밝히지 않은채 미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4ㆍ4분기 실적 발표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이 회사의 주식은 하루만에 61.11% 폭락했다. 증권감독당국이 자산 감가상각분에 대한 실사를 벌이면 실제 수익이 발표보다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루머가 투자자들을 패닉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제약회사 엘란은 4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84% 하락하고, 수익도 애널리스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 언론들이 엘란의 매출에 합작회사의 판매분이 포함돼 부풀려졌다고 보도하자, 이날 뉴욕증시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DR)는 50.42% 급락했다. 의료기기 제작회사인 타이코 인터내셔널은 지난 3년간 700개의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80억 달러를 투자했으나, 이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타이코는 45억 달러의 기업어음을 환매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의 투매를 저지하지 못했고, 주가는 이날 16% 폭락했고, 올들어 49% 떨어졌다. 타이코는 최근 회사를 4개 부분으로 분사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월가에서는 이 조치가 분식 결산을 위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루머가 돌아 올들어 시가총액이 460억 달러나 날아갔다. ◆ 엔론 파동 확산 엔론의 경쟁사였던 에너지 회사들도 회계 장부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 윌리엄스는 30% ▲ 캘파인은 16% 폭락했다. 윌리엄스는 최근 파산한 글로벌 크로싱에 이어 조만간 파산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는 ▲ 제너럴 일렉트릭(GE) ▲ 시에나 ▲ 월드컴등 대형 기업의 경영행태에 대해서도 의심이 제기되고 있으며, 셀파논등이 추가로 회계 부정의 의심을 받는등 당분간 엔론 파동으로 크게 동요할 전망이다. 회계 조작으로 하루아침에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대거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이동하면서 미 재무부채권(TB) 가격이 상승, 기준물인 TB 10년물의 수익률이 이날 0.1% 포인트 하락했다. 한편 미 의회는 엔론 스캔들의 핵심 증인인 케네스 레이 전 회장이 청문회에 불참하자, 이날 소환장을 발부했다. 4일 엔론 청문회는 하비 피트 SEC 위원장과 엔론 조사 위원회를 이끈 윌리엄 파워스 텍사스 법과대학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엔론 도산의 파급효과에 대해 질문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