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참여정부 "규제완화" 목소리 높였지만…

재계 건의 36%만 수용 428건중 155건 개선…투자도 5兆차질빚어


“재계에서 너무 많은 규제완화를 요구한다” (재정경제부 등) “수백건의 규제 가운데 정부가 완화하거나 폐지한 건수는 30%대에 그친다”(재계) 기업과 가계의 투자와 경제활동의 의욕을 높이기 위해 각종 규제의 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20년이 넘었다. 이미 정부는 지난 80년대 초부터 ‘성장발전 저해요인 개선위원회’란 이름으로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경제정책의 핵심 모토로 내건 바 있다. 이후 행정개혁위원회(88년), 행정쇄신위원회(93년), 경제행정규제완화위원회(93년), 기업규제완화심의위원회(93년), 행정규제합동심의회의(94년) 등 간판만 바뀐 숱한 위원회가 양산됐지만 정작 기업 활동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의 허상은 간단한 통계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최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참여정부 출범후 전국경제연합회 등 경제5단체가 완화 또는 폐지를 건의한 규제건수는 무려 428건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정작 수용된 것은 36.2%인 155건에 그치고 있다. 검토하겠다고 밝힌 건수는 137개(32%)인데다 아예 수용이 곤란하다고 밝힌 규제도 136건(31.8%)에 이르고 있다. 재계가 완화를 요구한 규제들 중 일부는 기업의 투자확대를 위해 불가피한 부분이 상당수다. 말썽 많은 수도권 공장총량제 등은 기업의 공장설립계획을 뒤흔든 규제로 꼽힌다. 지난해 전경련이 발표한 ‘수도권 공장입지 애로실태와 개선과제’에 따르면 수도권지역에 공장설립 계획을 가진 15개 대기업이 관련 규제로 무려 4조9,453억원의 투자를 지체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정부의 거듭된 완화방침에도 불구, 부처간 대립과 늑장대처로 해가 바뀌어도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 지배구조 개선이란 명분에도 불구, 실질적으로 투자의 걸림돌은 물론,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출자총액규제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산재한 규제들의 성격을 봐도 재계의 고민은 깊어간다. 흔히 알려진대로 공정거래나 기업의 지배구조 같은 굵직한 사안과 관련된 규제건수는 의외로 적은 상황이다. 오히려 유통ㆍ물류나 노동ㆍ인력, 금융ㆍ인력 등 기업의 일상적인 활동과 연관된 규제가 100여건이 넘는다. 합성수시 재질봉투 무상금지나 LPG충전소 건축제한 등의 안전ㆍ환경분야에서 개선이 요구된 규제만도 무려 105건에 달한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대외적으로는 ‘완화’지만 실질적으로는 부처간 대립이나 이해 관계자들의 상충을 조정하지 못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해외 석학들이나 재계인사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부분도 “한국 정부는 규제완화 노력에도 불구, 규제에 대한 해석이 여전히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으며 다른 법규들과 상충돼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필그램 UBS 투자은행 부회장)는 점에 모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