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환은행, 금융공기업 민영화도 불똥 우려

론스타 외환銀 매각 장기화 조짐<br>자칫 우리銀등 4곳 동시에 매물로 나올판<br>"국내자본에 제값받고…" 정부 희망에 타격<br>당장 "산업銀 매각가치 반토막 될수도" 지적


‘론스타 외환은행, 국책은행 민영화도 위협.’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지켜보는 금융당국의 고민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골치지만 한발 더 나아가 산업은행ㆍ우리금융ㆍ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민영화도 론스타가 좌지우지하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외환은행이 이른 시일 내에 매각돼야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의 우려는 쇠고기 정국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외환카드 주가조작 2심 판결에서 론스타의 무죄가 확정되고 검찰이 상고하면서 더욱 불거지고 있다. 이런 수순대로라면 론스타와 HSBC 간의 매매계약이 파기 되면서 외환은행 매각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국책은행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가장 우려했던 대목이다. HSBC가 외환은행을 조기에 인수한다는 것은 매우 함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외환은행이 새 주인을 찾으면 값어치 있는 인수합병(M&A) 금융 매물은 산은ㆍ기업ㆍ우리 등 국책은행 3개로 좁아진다. 또 HSBC라는 외국자본이 인수하게 되면 국민ㆍ하나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이 국책은행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다. 당초 정부는 산업ㆍ우리ㆍ기업은행 등 민영화 예정인 국책은행에 대해 이왕이면 국내 자본에 높은 값을 받고 파는 것을 희망해왔다. 외환은행 조기 매각은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변수인데 이것이 물 건너갈 위기에 처한 것. 금융당국의 우려대로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책은행 3개와 외환은행 등 총 4개의 초대형 금융기관이 M&A 매물로 나오게 되는데 그 여파는 만만치 않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7개 국내은행 중 자산기준으로 보면 우리 2위, 산업 5위, 기업 7위, 외환 8위 등이다. 이들 4개 은행의 총자산은 579조원으로 17개 은행 총자산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이 장기 표류 돼 3개 국책은행과 함께 시장에서 주인을 찾게 되면 국내 은행 자산의 3분의1가량이 매물로 나오게 된다”며 “살 사람은 부족한데 팔 물건만 넘치는 상황이 된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정부는 산업은행 매각가치를 최소 30조원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값어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매물 홍수도 문제지만 국민ㆍ하나은행 등 자금여력이 있는 국내 금융기관이 외환은행을 제일의 인수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골치다. 만약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매입한다고 가정하면 국내 금융기관에서 국책은행을 살 여력이 있는 자본은 더더욱 찾기 힘들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은행들은 저마다 M&A의 주역이 되겠다고 호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론스타 입장에서는 외환은행 매각을 오래 끌어도 손해 보는 게 없다. 배당 등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고 외환은행 몸값도 덩달아 뛰기 때문”이라며 “역설적이지만 론스타만 더 배부르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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