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직사회의 혈전현상"

임기 3년를 채우고 퇴임하는 김광웅 초대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이 정부와 공무원사회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우리나라의 공직인사에는 아직도 혈연ㆍ지연ㆍ학연이 작용하고 있으며 이것이 혈전(血栓)처럼 공직사회의 건전성을 해치는 요인이라고 정부의 인사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또 "현 정부조직은 기계처럼 움직이는 획일적인 조직이며 인간(관료)은 하나의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진단하고 "이러한 조직 속에서 원리와 원칙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사고와 행동이 굳어질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의 지적은 직원 상대의 주례 세미나에서 퇴임사 형식을 빈 소회(所懷)이나 비교적 정확한 진단이다. 또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그러나 정부의 인사정책을 총괄하는 지위에서 지난 3년간 느낀 결론이라는 점에서 경청해 볼만한 대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위원장은 현 정부가 주창해 온 '열린 정부'의 실현에 대해 "역대정부와는 달리 개방형 직위제의 도입 등으로 정부의 문호를 처음으로 연 정부"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청와대를 비롯, 정부 곳곳이 더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열린 정부의 의미와 관련, 미국의 예를 제시했다. 장관이 대통령에게 전화하고 5분후 넥타이도 매지 않고 집무실에 가서 만나 민감한 정책을 의논하는 것이 바로 그 모델이라는 것이다. 회의도 서서하고 결제도 서서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열린 정부'의 전제인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의미에서 우리 관료사회의 영원한 과제이기도 하다. 중앙인사위원회는 지난 1999년 5월 탄생, 그동안 적지 않은 업적을 남겼다. 고위공직의 민간개방, 고위직 인사심사제 실시, 여성공무원 인사제도 개선 등은 내세울만한 성과다. 그러나 기대에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초 약속한 '작은 정부'는 어느새 '큰 정부'가 돼 버렸으며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은 애시당초 없었던 일이 됐다. 관료사회의 고질인 '밥그릇 챙기기'에 인사위원회가 힘도 제대로 써 보지 못한 것이다. '큰 정부'야 말로 고비용 저효율의 전형이다. 선진제국의 추세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무원 증원은 재고해야 할 문제이다. '인사가 만사'라 한다. 그만큼 인사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물며 국가를 움직이는 공무원, 특히 고위 공무원의 자질은 철저히 검증될 필요가 있다. 혈연ㆍ지연ㆍ학연을 배경으로 하는 인사는 이제 더 이상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인사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기대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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