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올해의 노사관계를 걱정하며

박영범 <한성대 교수ㆍ경제학>

[시론] 올해의 노사관계를 걱정하며 박영범 지난해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싼 노사정간의 대립 등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기조를 유지했다. 주5일 근무제가 대규모 사업장부터 도입됨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개별업장에서의 노사분규 건수는 증가했지만 노사분규로 인한 노동손실일수는 줄어들어 개별적 노사분규들이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해결됐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지나친 근로조건의 격차,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된 비정규직 문제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조직이기주의를 추구하는 투쟁적 노동운동에 대한 사회적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민노총 내부 세력다툼 진통 그러나 올해의 노사관계는 우려되는 바가 적지않다. 우선 한국노총과 함께 우리나라 노동운동을 이끌고 있는 민주노총 내부의 세력다툼이 상식의 선을 넘어서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 3월15일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다시 무산되면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일단 노사정 대화로의 복귀를 결정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내 강경파의 반발을 무마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가 4월 입법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법의 저지를 목적으로 한 복귀임을 천명하고 있으므로 올해의 노사관계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해에는 30%가 넘는 수출증가율에도 불구하고 내수침체가 지속되면서 연간 경제성장률이 4%대로 하락했다.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호조세를 기록했고 중국 등 주변국의 경제는 호황이었던 점에 비춰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기조, 더 나아가 일본식 장기불황의 늪에 진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를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다. 대미환율이 올해 들어 1달러당 1,000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외환당국이 1,000원대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배럴당 40달러대의 고유가 기조도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대내적으로 수출 부문과 내수 부문,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여러 부분에서 경제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돼 양극화 해소 문제는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대두됐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줄어들었던 제조업 해외투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청년 및 중장년층 실업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는 가운데 지난 5년간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에서 100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화라는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사의 단합, 그리고 노사분쟁의 평화적 해결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히 힘있는 대기업 근로자와 노조들의 자제와 자기 희생적 자세가 요구된다. 힘있는 노조등 투쟁 자제를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인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에서 보수수준이 높고 안정된 직장을 가진 근로자, 그리고 이들의 대변자인 힘있는 노조들이 보다 자제하고 전체 근로자 그리고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올해 지난해부터 추진된 비정규직법과 향후 우리나라 노동관계를 규제하는 틀이 될 노동관계 로드맵 관련 입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밖에서 투쟁하기보다는 대화의 장으로 들어온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노사정 대화에서 보여준 경직적인 자세를 지양하고 순리와 상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정부도 당초 정해진 일정에 따라 노사관계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노정 대화에 임해야 한다. 이처럼 노사정이 변하는 것이 변화의 기점에 서 있는 우리 경제를 다시 도약시키고 노사 그리고 국민 모두가 사는 길이다. 입력시간 : 2005-03-2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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