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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담합 '멍에'… 벼랑끝 몰린 토목산업

시장침체에 부정적 인식 겹쳐 수주액 4년전보다 절반 급감<br>대학 토목학과 학생 "미래없다"… 다른 과로 옮기는 사례도 늘어<br>우주 해양토목-생태 도로 등 첨단기술 개발로 활로 모색해야



올해 수도권 소재 모 대학의 토목공학과 1학년 40여명 중 무려 15명이 공과대학 내 다른 과로 전과했다. 토목은 미래가 어둡다는 게 학생들의 전과 이유였다.

토목산업이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건설업 전반이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토목의 위기감은 건설분야와는 사뭇 다르다. 국내 수주액은 4년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을 정도로 일감 찾기가 어렵다. 더욱 심각한 것은 토목산업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인 인식이다. 4대강 사업의 주역이라는 '멍에'를 뒤집어 쓴 탓에 토목산업에 대한 시선까지 따가워 지면서 토목인들은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15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 공공 민간이 발주한 토목사업 규모는 총 22조7,302억원으로 지난 2009년 한해 54조1,485억원 보다 58%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연말까지 수주 물량이 추가된다 해도 4년 전에 비해 반토막난 셈이다. 같은 기간 건축부문 역시 64조5,657억원에서 45조8,774억원으로 29% 가량 줄었지만 토목에 비해서는 양호한 실적이다.

이처럼 급격한 물량 축소는 토목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일부 대형건설사들의 경우 국내 토목 시장은 포기하고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다른 대부분의 건설사는 사실상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더욱이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 상당 기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토목업계의 위기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9월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2014년 예산안 중 SOC 예산은 23조2,621억원으로 올해 본 예산보다 1조원, 추경을 포함한 것보다는 1조7,000억원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토목산업을 바라보는 외부의 뒤틀린 시선이다. 무엇보다 4대강 사업의 '담합'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게 토목인들의 하소연이다. 대형건설사의 국책사업 담당 임원은 "4대강 사업은 건설업계도 억울한 측면이 적지 않은데 밖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또 그 일을 계기로 토목 담당자들을 온갖 부조리와 담합만을 일삼는 '범죄인'으로 보는 것 같아 허탈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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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토목산업의 위기는 토목학계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기피 현상이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 대한토목학회의 한 관계자는 "서울 소재 모 대학의 토목공학과 1학년 60명중 작년에는 9명, 올해는 10명이 전과를 했다"며 "다른 대학의 경우 이 보다 사정이 더욱 나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토목은 도로와 교량,상하수도, 항만, 공항 등 사회 기반 시설과 플랜트 등을 건설하는 분야다. 국가 발전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 분야의 인력 양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토목산업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건설 물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기존의 방법은 한계가 있고 현실성도 떨어진다"며 "해외에서 시작된 우주토목이나 해양토목, 생태환경을 고려한 도로 건설 등 토목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연구 개발에 주력해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추락한 이미지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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