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뮤지컬배우 정상윤 “ ‘풍월주’ 열은 ‘배려’의 캐릭터” (인터뷰①)

뮤지컬 배우 정상윤 / 사진 = 이유석 인턴기자

뮤지컬배우 정상윤 / 사진=이유석 인턴기자

누구보다 뜨거웠던 1주일을 보낸 배우가 있다. 바로 뮤지컬 배우 정상윤이다.

11월부터 뮤지컬 ‘풍월주’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뮤지컬 의 김수혁 상병으로 무대에 오르면서 지난 1주일 간 11개의 공연 스케줄을 소화해냈다. 작품을 말하는 그에게서 ‘열’과 ‘김수혁’ 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21개월 된 아기 이야기를 할 땐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영락없는 딸바보‘ 아빠, 뮤지컬 배우 정상윤을 최근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뮤지컬 <풍월주>와 뮤지컬 (이하 ‘JSA’)에 동시에 참여했던 지난 1주일이 얼마나 바쁘고 힘들었는 지 그의 얼굴만 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상윤의 목소리는 그 누구보다 밝았다. “정말 재밌었습니다. ‘JSA’는 리딩 공연 때도 함께 했기 때문에 대본이랑 음악에 대해서는 웬만한 건 알고 있었어요. 일단 결과가 좋게 나오니까 배우로서는 행복해요. 스스로 만족하고 작품도 잘 만들어진 것 같고요. 즐거운 요소들이 많아서 힘들지 않았어요.”

정상윤은 현재 신라시대 최고의 남자기생 ‘열’ 역할로 뮤지컬 <풍월주>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리딩 공연에 이어서 함께 하게 돼서 좋다”고 운을 뗐다. “공연 중인 작품이라 조심스럽긴 한데, 제가 생각했던 ’풍월주‘는 여행으로 따지면 기차 여행을 갈 때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그림들이라고 생각해요. 이미지적인 것들도 좋지만 그 안을 파고드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감성적이고 내면과 감성으로 압도시켜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공연은 이미지적인 부분이 강해졌죠. 지금 상황 속에서 배우들이 할 수 있고 보여 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의 노력으로 끌어내고 있습니다. 관객분들도 캐릭터들의 감정들을 따라가면서 다양하고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룰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을 섬세하고 애잔하게 표현한 뮤지컬 ’풍월주‘. ’운루‘ 최고 기생이자 진성여왕의 총애를 받고 있는 ‘열’. 정상윤이 보는 ’열‘은 ’배려‘의 캐릭터다. 그는 “최대한 상대방을 배려하는 캐릭터예요. 배려라는 건 수동적인 게 아니고, 때로는 앞서 나갈 수도 있고 상대를 더 자극시켜서 아프게 하지만 또 다른 치유가 될 수 있게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가만히 있는다고 치유가 되는 게 아니잖아요. 사실 그렇게 여러 가지 배려를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독한 캐릭터인 여왕을 케어할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요. 때로는 차가웠다가 때로는 밀당을 했다가 때로는 같이 놀다가 때로는 다정하게 마음을 줬다가 이렇게 해야 그 사람이 나한테 마음을 열지 않을까…. 그냥저냥 대했으면 다른 풍월들과 다를 바가 없었겠죠. 그 사람(여왕) 주변에는 다 그런 사람 밖에 없잖아요”라며 ‘열’에 대해 설명했다.


’열‘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온 우정 이상의 감정을 가진 친구 ‘사담’이 있다. 정상윤은 뮤지컬 <쓰릴미>에 이어 두번째로 뮤지컬 배우 신성민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는 “신성민 배우랑 쓰릴미 때 같이 하긴 했는데, 팀이 달라서 같이 공연을 한 적은 없었어요. 요즘 말하긴 해요. 그때 만났으면 재미있었을 거라고요. 제가 네이슨을 오래 해서, 공연할 때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그때마다 조언도 많이 해줬고요. 이번에 만나게 돼서 재미있어요”라며 배우 신성민과의 재회를 반가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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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민과 ‘보이스 오브 코리아’ 출신 배두훈이 연기하는 ‘사담’은 각각 어떤 매력이 있을까. 정상윤은 “단면적으로 얘기하자면, 성민이는 오랜 벗 같은 느낌이에요. 서로에 대해 잘 알고요. 물론 배두훈 배우의 사담도 마찬가지지만요. 두훈이는 조금 어린 면이 있다고 한다면, 성민이는 조금 성숙한 면이 있죠”라고 두 사담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슴 아픈 스토리와 아름다운 무대 연출로 호평을 받고 있는 <풍월주>. 정상윤은 극중 열이 여왕의 발을 씻겨주는 장면이 인상 깊다고 한다. “나 자신한테 이야기하는 거 같기도 하고 여왕을 위로하고 여왕의 마음을 치유해서 짠해요.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묵묵함 속에서 행동으로 표현을 하는 건데 그 장면이 따뜻해요. 찡할 때도 있고요.”

올해 <풍월주>외에도 , <투모로우 모닝>, <쓰릴미> 등에서 깊고 섬세한 감성 연기가 많았던 정상윤은 배역으로 인해 실제 생활에서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 ’풍월주‘가 힘들긴 해요. ’쓰릴미‘ 같은 경우에는 약간 정신적으로 힘든 건데 ‘풍월주’는 뭔가 심적으로 힘든 느낌이에요. 서정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파고 들어가죠. 상황이 계속해서 심화되고 나중에는 죽음까지…. 약간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뼈가 으스러진 것 같은 아픔이 있어요. 내가 제일 사랑하고 좋아했던 오랜 벗이 죽었는데 그걸 눈앞에서 보고 오열하니 좀 힘들죠.”

그는 “ ‘열’이라는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들 보다) 조금 더 힘든 거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끌고 가야 하니까요. 중심에 항상 서 있어야 하고 모든 걸 묵묵히 수용하고 포용할 줄 아는 캐릭터예요. 나의 벗과 함께였기 때문에 힘들고 지친 상황을 다 견디고 위안을 얻을 수 있었는데 친구가 죽죠. 사실 묵묵히 포용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거 잖아요. 결국 상황으로 인해 열이의 감정이 폭발해 버리죠. 그런 구조와 캐릭터 때문에 열이가 더 힘든 거 같아요. 담이는 중후반에서 (감정을) 팍 터뜨리고 ‘뿅~’(사라지고), 여왕도 그냥 한번씩 휘몰아치지만. 열이는 이 사람한테 치이고 저 사람한테 휘둘리고 참. 아파요 아파(웃음)” 라고 덧붙였다.

그의 진지한 눈빛에서 ‘열’에 대한 애정과 뮤지컬<풍월주>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사랑·우정 등 원초적인 관계가 흔들리는 걸 보면서 이 관계에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죠. 캐릭터마다 아픔이 있고 쓸쓸함이 있어요. 이런 사람들이 서로 부딪혔을 때 나오는 에너지들을 많이 느끼실 수 있는 공연이지 않을까 싶어요. 많이 보러와 주세요”라며 풍월주 소개도 잊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정상윤은 “재밌다”는 말을 많이 했다. 힘들어도 재밌다, 준비하는 동안 재밌었다, 누구랑 함께 해서 재밌다, 이런 저런 역할이 재밌다 등 무대와 관련된 모든 상황과 과정을 그는 긍정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무대를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역할에 빠져드는 배우 정상윤은 뮤지컬 <풍월주>에서 2014년 2월 16일까지 만날 수 있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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