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성공한 벤처사” 무리한 확장에 발목/태일정밀 「부도유예」 적용

◎중 합작사·대구종금인수가 화 불러태일정밀의 부도유예협약 적용은 성공한 벤처기업이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 무너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주력기업인 태일정밀은 컴퓨터용 하드디스크, 자기헤드, 프린터, 모니터 등을 생산하면서 국내 최대의 컴퓨터 부품업체로 자리잡아 지난 86년 매출액 23억원에서 지난해 3천9백억원으로 연평균 67%씩 고성장한 탄탄한 기업이었다. 태일정밀그룹은 현재 뉴맥스, 태일전자, 동호전기 등 1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올해 매출액 목표를 2조원으로 책정할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지난 95년 서울모범택시 주파수공용통신(TRS) 사업자로 선정된데 이어 지난해 청주민방 사업권을 따내면서 김현철씨와의 연관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계열 전체의 손익은 지난해 태일정밀, 뉴맥스 등이 흑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태일전자(1백10억원), 동호(66억원)의 적자 때문에 2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태일정밀은 지난해부터 중국 합작법인 설립, 차세대전지 개발 등 무리한 사업확장에 나서면서 자금사정이 악화되었고 최근에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대구종합금융을 인수하는데 7백5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한 결과 부도유예협약 적용에까지 이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태일정밀이 내부거래를 통해 재무제표를 분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종금사 등 2금융권에서 여신제공시 담보를 추가로 요구하는 등 까다롭게 굴기 시작하면서 자금사정 악화가 심화됐다. 현재 태일정밀의 금융기관 여신은 8월말 현재 은행권 4천1백72억원, 보험, 종금, 리스사 등 2금융권 4천4백72억원 등 총 8천6백44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중 1천7백억원이상이 올해 새로 늘어났으며 이중 1천4백억원이 종금사 등 2금융권에서 빌린 것이다. 그러나 담보는 7백65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중 7백50억원 가량이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대구종합금융 인수에 사용되었다는 것. 그러나 태일정밀은 대구종금의 대주주인 대구지역 상공인과의 관계때문에 막상 대구종금의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는데 실패했다. 지난해부터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 금융기관 인수를 추진했으나 결과적으로 여기에 들어간 막대한 자금이 태일정밀 몰락의 직접적 계기로 작용한 셈이다. 무리한 사업확장을 위해 2금융권 자금을 무분별하게 끌어쓰다가 금융시장이 경색되자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일부에서는 태일정밀의 몰락을 벤처기업의 거품현상이 빠지기 시작한 징조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태일정밀은 지난 연말까지 은행권 여신이 2천억원수준에 불과, 은행 여신 2천5백억원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부도유예협약 적용대상 기업이 아니었으나 현재 은행 여신이 4천1백72억원으로 늘어남에 따라 이날 부도유예협약을 적용받게 되었다.<이세정·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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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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