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3월 10일] 방만한 의료급여체계 대수술해야

올해부터 건강보험 적자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건보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32억원에 불과했던 적자폭이 올해 1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더구나 시간이 갈수록 건보 누적 적자폭이 확대돼 오는 2015년 누적적자 규모는 37조원으로 늘어나고 2025년에는 무려 191조원에 이른다는 것이 건보공단의 전망이다. 당장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건보재정 파탄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적적자 증가는 보험료 인상이나 재정지원 확대로 이어져 국민 부담도 덩달아 늘어나게 된다. 건보재정이 이처럼 급격히 악화되는 근본적 원인은 건보수입을 감안하지 않은 불합리한 의료급여체계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총액예산제 도입 등으로 의료급여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수술하는 것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사전정산 방식의 총액예산제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면 전국민 의료보장제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한 지불 시스템이다. 총액예산제가 도입되면 전년도에 지출총액을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의료계와 수가협상을 하게 되므로 현행 사후정산 방식에 비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이점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고령화에 따른 한국의 의료비 급증을 우려하며 과잉진료와 처방 등을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의료계의 반대가 없지는 않다. 총액예산제를 실시하면 당장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또 급여총액과 비급여총액을 일정 비율로 연동시킬 경우 건보재정 한도에 따라 의료계의 수입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건강보험 급여 항목을 크게 늘렸는데도 급여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환자가 실제 부담하는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은 의료계가 불필요한 검사와 처방 등 각종 비급여진료를 대폭 늘리는 데도 원인이 있다. 건보재정 파탄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 총액예산제에 의한 의료 시스템부터 손질해야 한다. 공단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체납보험료 징수, 부당진료비 지출 억제 등으로 재원누수를 막는 동시에 관리운영비 절감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의료비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방만한 의료보험제도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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