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배임죄 적용 어렵다”/한보관련 은행장 사법처리 어떻게

◎“담보부족 대출이 처벌근거 되나” 논란/금융권서도 “신용대출추세 역행” 반발한보사태 재수사를 시작하면서 금융권에 대한 적극적 사법처리 방침을 밝혔던 검찰이 업무상 배임죄 적용 등을 둘러싼 금융권의 반발에 부딪혀 한발짝 물러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한보 채권은행 실무자들에 대한 조사에서 은행들이 한보의 담보 부족과 상환의 불투명성에도 불구하고 거액을 대출해준 혐의를 잡았다. 검찰은 당초 이를 업무상 배임으로 보아 적극적으로 사법처리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배임죄의 적용이 매우 포괄적인데다 금융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막상 은행장들에 대한 소환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상환 가능성을 무시하고 대출을 해줬다는 것만으로 업무상 배임 혐의를 걸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며 『법정에서의 공소유지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수사에 착수하자마자 은행 관계자들을 줄줄이 소환하면서 거칠 것 없어 보이던 수사 기세가 한풀 꺽인 모습이다. 검찰의 방향선회 배경에는 담보부족 대출이 처벌근거가 되느냐는 논란과 한보와 은행 관계자간에 수뢰의 물증이나 자백이 잘 드러나지 않는 수사상의 현실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신용대출을 범죄시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는 금융계의 목소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금융계는 『은행의 대출심사가 담보위주로 흐르게 되면 결국 은행이 전당포로 전락하는 셈』이라며 『검찰의 배임죄 적용은 신용대출 확대라는 정부의 금융 시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한보비리를 바라보는 국민 법감정을 등에 업고 검찰이 사법처리를 감행한다면 사실상 형사처벌 판례를 만드는 격이 돼 금융권은 오랫동안 「준법대출」,「복지부동」에 빠져들 수 밖에 없으며 그렇게되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있는 우리경제가 걷잡을 수없는 사태를 맞게될 가능성이 많다는 논리다. 검찰도 이같은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어 다른 돌파구로 눈을 돌리고 있는 듯한 움직임이다. 정태수 총회장의 비자금이 불어나고 현금화된 뭉칫돈이 발견된 점을 중시, 한보와 은행권의 금품 수수관계를 캐는 것이다. 그러나 전표대조와 계좌추적 등 정밀 실사작업을 통해 어렵게 찾아낸 3백억원의 현찰도 사용처를 앞에 두고는 흐름이 끊어진 상태라 검찰을 더욱 난감하게 하고 있다. 철저하게 세탁을 거친 현금만으로 얽혀진 뇌물사건의 경우 계좌추적의 성과가 수사망을 좁혀가는 무기는 될 수 있을지언정 결정적인 해결의 열쇠는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정경제원 등 경제부처 관계자들도 「대기업 부도에 관여한 선의의 정책 조정」을 논리로 내세워 한리헌·이석채 전 청와대경제수석의 사법 처리에도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검찰의 고민은 한층 더해가고 있다.<성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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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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