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실패의 원인을 극복하면 성공을 일궈낼 수 있다는 의미이자 실패를 겪은 사람을 위로하는 대표적인 수사다.
말은 쉽지만 현실에서 실패를 성공의 원천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는 드물다. 특히 명백한 실패조차도 실패로 받아들이기를 극히 꺼리는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실패 인정은 성공의 출발점
미국 워싱턴주 터코마의 터코마 내로스 브리지(Tacoma narrows Bridge). 지난 1940년 만들어진 이 다리는 우리나라의 성수대교에 앞선 ‘다리 붕괴’의 원조다.
이 다리를 설계했던 레온 모이세프(Leon S. Moisseiff)는 당대 최고의 현수교 권위자로 꼽히던 인물. 터코마 내로스 브리지가 준공되던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최고의 기술자가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며 자랑스러워 했다고 한다. 하지만 터코마 내로스 브리지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불과 4개월 만에 초속 10미터 정도에 불과한 바람이 만들어낸 공명현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붕괴됐다.
지난주 말 이명박 대통령은 정책자문단 교수 11명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해법을 찾기 힘들 정도로 꽉 막혀있는 한국의 문제’들에 대한 생생한 시중여론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자문단 교수들은 국민과의 소통, 여당과의 대화, 탕평인사(개각), 정무기능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조언들은 기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1년 4개월여 동안 줄곧 지적됐던 ‘정치적 결격사항’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접근하는데 잘 안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며 답답해 했다고 한다.
미국 사회는 터코마 내로스 브리지의 붕괴 이후 설계 책임자 모이세프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줬다. 그는 결국 당시까지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던 바람에 의한 공명현상의 힘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고 새로 세워진 다리(뉴 터코마 브리지)는 더 유연하고 튼튼해졌다.
모이세프가 만일 그에게 주어진 ‘2번째 기회’에서도 자신의 종전 지식을 맹신해 ‘더 완벽한 설계와 더 원칙에 충실한 시공’만을 고집했다면 공명현상을 극복하는 한차원 높은 교량건설공법을 정립하는 주인공은 다른 사람이 됐을 것이다.
실패를 성공으로 돌려세우려면 ‘실패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엄청난 실패를 겪은 모이세프가 ‘제2의 기회’를 통해 새로운 교량건설 공법을 찾아낼 수 있었던 출발점은 공명현상의 파괴력에 대해 ‘몰랐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부터다.
이 대통령이 힘겨워 하는 최근의 고충도 이해는 간다. 이명박 정부 집권 후 1년4개월이 지나는 동안 우리 사회는 너무 급작스럽고 파괴적인 내외부 변수에 노출돼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가 온 사회를 뒤흔들었으며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에 제2의 국가외환위기를 걱정해야 했다. 북핵문제로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졌는가 하면 가장 최근에는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로 치유하기 쉽지 않은 국론 분열을 겪고 있다.
그렇다 해도 벌써 1년이 넘는 기간 이 대통령의 통치방식에 대해 똑같은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면 ‘오류 수정의 의지’가 약하거나 오류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이 대통령은 대학졸업 이후 줄곧 성공가도만을 달렸던 화려한 이력의 정치인이다. 그런 이 대통령도 스스로에 대해서는 항상 어려운 환경에서 출발한 사람이라고 지칭한다.
양지만큼이나 음지도 충분히 알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만큼 이해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자가진단으로도 읽혀진다.
現정부 '공명현상' 극복을
이 대통령은 요즘 부쩍 ‘중도ㆍ중립 정책’을 강조한다. 양지에 익숙한 그가 이제부터 음지도 돌아보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취임 이후 1년 4개월여 동안 제자리에 머물렀던 이 대통령이 이번 도전에서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앞서 ‘음지를 몰랐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지금의 위기를 ‘제2의 기회’로 삼아 우리 사회에 잠복해 있는 ‘공명현상’을 찾아내고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