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관, 정부 SOC 투자 기피

"최소운용수입 수익률 낮춰달라" 계약 변경 요구에 외면

정부 자금조달 역풍 맞아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꺼리고 있다. 정부가 민간자본으로 SOC 사업을 진행할 때 최소운영수입(MRG)을 보장해줬다가 뒤에 MRG가 너무 높다는 여론이 일자 MRG 수익률을 낮추는 계약 변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SOC 투자는 많은 경우 기관이나 개인투자자로부터 모은 돈으로 도로·항만·터널 등 국가 기간시설을 건설한 뒤 도로통행료와 항만사용료 등의 수입을 투자자들이 나눠 갖는 형태로 이뤄진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정부나 지자체와 SOC 계약을 한 기관투자가들이 재계약 때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MRG 수익률을 낮춰달라는 요구를 받아 애를 먹고 있다.

한 연기금은 최근 지자체와 터널사업의 MRG수익률을 낮추는 협약을 진행 중이다. 해당 연기금 관계자는 "계약을 맺은 지자체가 MRG수익률이 높은 데 대해 여론이 좋지 않다며 낮춰줄 것을 요구해 와 그런 쪽으로 협약을 진행하고 있다"며 "연기금은 수익률로 사업을 판단해야 하는데 MRG 사업 자체도 줄어들고 있고 계약도 변경해야 돼 SOC투자를 할 때 더 고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정부와 연기금 간의 계약 역시 엄밀히 말하면 사적인 계약인데 연기금의 경우 정부가 주무관청이기 때문에 정부 쪽에서 계약 조건을 바꾸자고 하면 그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터널 사업의 경우 국토교통부의 소관이라 직접적인 압박은 받지 않겠지만 주무관청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협상을 통해 MRG를 낮춰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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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산운용사도 거가대교에 지분투자를 하는 데 2년이나 걸렸다. 보통 건설사들이 갖고 있는 지분을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에게 넘기는 데 자산운용사가 건설사 지분을 받는 계약을 할 때 정부가 당초 건설사에 제시했던 MRG수익률을 낮추려고 했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운용사는 MRG를 낮춰 계약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는 "정부나 지자체가 명분 없이 MRG를 낮출 수 없기 때문에 보통 주주가 변경될 때 주식 매매계약을 하면서 MRG를 낮추는 식으로 운영을 한다"며 "초기 계약 내용을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데 뒤에 계약이 바뀌면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간에서 아주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국내 SOC 관련 펀드(사모 포함)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2010년 20개에서 68개로 늘어났지만 펀드 1개당 설정액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10년(연초 기준)에는 펀드 1개당 설정액이 1,807억원이었지만 2011년 1,446억원, 올해는 1,280억원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기관투자가들이 SOC사업을 외면하니 정부나 지자체는 역풍을 맞고 있다. 정작 필요한 SOC 투자에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서울~문산 고속도로와 인천~김포 고속도로 건설이 계속 늦춰지는 것이 노선갈등이나 행정절차 탓도 있지만 자금조달의 어려움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천~김포 고속도로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용지보상을 위한 '선보장제도' 도입도 추진 중이다.

SOC펀드를 운용하는 또 다른 펀드매니저는 "펀드나 기금을 운용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나눠줘야 하는 기관투자가 입장에서 수익률이 저조하니 SOC투자를 점차 외면하는데 이렇게 되면 정부와 지자체가 진짜 필요한 인프라 투자 유치를 할 때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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