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경축식은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총리가 대통령 축사를 대독하다가 지난 2011년부터는 아예 총리가 주관하는 행사가 됐다. 개천절에 각 가정에서 태극기를 거는 경우가 흔하지 않고 올해가 단기로 4,346년(고조선 개국)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매운 드물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같은 시간 국회 정문 앞. 단군의 모습을 한 시민이 단기연호를 서기와 병기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종걸 민주당 의원 발의)'의 통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그는 서기와 단기 병기의 의무화가 아닌 병기 여부를 자유롭게 맡기자고 호소했다. 현재는 공공기관에서 공문이나 각종 자료집, 현수막 등에 아예 단기 병기를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신화라는 지적이 많은 초대 진무 천황의 즉위일로 알려진 2월11일(기원전 660년)을 건국기념일로 정해 반드시 총리가 기념식에 참석한다. 연호도 천황 연호(平成ㆍ헤이세이)를 많이 쓴다. 미국도 독립기념일(7월4일) 밤에 전국적으로 1시간 이상 화려한 축포를 터뜨린다. 그만큼 자신들의 역사에 자긍심이 크다. 중화주의 사상을 갖고 있는 중국은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일본 등 다른 나라는 신화시대의 역사도 만들어 기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사기와 한서ㆍ조선세기 등 중국의 여러 문헌에도 나와 있고 국사 교과서에도 실존 국가로 존재하는 고조선을 그저 신화로 치부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5ㆍ16이 나기 전 제 1ㆍ2공화국 때는 단기만 사용하다 1962년부터 서기만 쓰고 있다. 개천절을 강조하고 서기와 단기를 병행하자고 해서 국수주의로 가자는 게 결코 아니다. 조화ㆍ상생의 철학인 홍익인간 정신을 되새기고 역사의식과 정체성을 확립해 통일시대를 대비하며 우리 역사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자는 것이다. 이는 역사와 철학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