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를 살리려면

만나는 사람마다 하루하루 살기가 버겁다고들 한숨이다. 거리에 좌판을 벌려놓고 푸성귀를 파는 할머니도, 길거리에 쭉 늘어서 기약없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기사도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답답하다고 넋두리다. 하루 벌어 그날 끼니를 떼우는 서민들만이 힘든 게 아니다. 큰 기업을 하든, 작은 기업을 하든, 기업인들도 요즘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고 하소연이다. 장사꾼들이 언제 장사 잘된다고 얘기한 적이 있느냐고 외면하고 말 일만은 아닌 듯 싶다. 근로자들도 불만이 쌓여가기는 마찬가지다. 물가는 다락같이 오르고, 공교육이 실종되다시피 하니 아이들 학원비 대느라 부업을 하는 주부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를 떠나 가정의 위기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젊은이들은 또 어떠한가.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신용불량에 걸려 허우적대고 있다. 모두가 엉망진창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희망이라고는 찾아보기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모두들 혼자 살 궁리에 몰두할 뿐 이웃을 뒤돌아보려는 여유로움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희망이 있으면 참을 수 있을 법한 일이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사회는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경제회생방안을 모색하느라 분주하다. 금리를 내리겠다, 재정집행을 앞당기겠다는 둥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부산을 떨고 있다. 그렇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글쎄?”라는 말로 압축된다.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과거처럼 투자가 불같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소비가 늘어날 리도 만무하다. 추경예산편성방침도 얼마나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지 의문이다. 가뜩이나 돈이 많이 풀려 물가가 불안한 터에, 재정까지 풀면 투기꾼만 더 살판나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과거 개발연대식 경기부양책으로는 경제를 회생할 수 없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2개월여가 지났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2개월밖에 안됐느냐”고들 한다. 그만큼 지루하고 길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개인, 기업할 것 없이 왜 이리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끼는 것일까. 바로 정부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제1국정과제라고 하는 동북아중심국가 플랜이 대표적이다. 새정부 플랜의 첫번째인 동북아계획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접대비처리에 대해 국세청과 재정경제부가 서로 다른 말을 하고, 그렇게 힘들여 추진했던 공기업개혁이 하루아침에 백지화되고 말았다. 누구 말을 믿어야할 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2개월여 동안 계속되다 보니 기업들은 모든 결정을 `확실해질 때까지`로 미루고 있다. 경제활동은 기대치와 확실성이 좌우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기대치가 높아야 움직인다. 예상수익률이 높으면 소비와 투자는 절로 활기를 띠는 법이다. 물론 기대수익률만 높다고 해서 경제가 꿈틀거리는 것은 아니다. 기대수익률과 함께 확실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경제를 살리려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기대심리를 증대시켜야 하는 것이다. 마침 9일은 경제장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경기회생방안을 논의하는 날이다. 이어 11일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부시대통령과 북핵 등 안보ㆍ통상 등 한ㆍ미관계를 논의한다. 경기회생대책도 좋고, 방미도 좋다. 방미후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도 많이 떨어질 것이다. 경제회생대책이 시행되면 크든 작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한 정부에서 여러 소리가 나오지 않고,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아침에 한 말이 저녁에 뒤집어져서는 안된다. 경제장관들은 9일 회의에서 민생대책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다 같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게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김희중 경제부장 jj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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