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비상 걸린 환율급등

환율이 연일 급등,정부의 외환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중동전의 임박설 속에 북한 핵 문제마저 벼랑으로 치달으면서 불안한 국내외정세가 환율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238.5원까지 고공행진을 거듭, 지난해 10월22일(1,244.5원)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ㆍ엔 환율도 100엔당 1,060.62원으로 2001년 11월13일(1,063.53원)이후 16개월 만에 최고에 달했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발사 실험까지 강행, 북ㆍ미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제는 `컨트리 리스크`(국가 위험도)를 걱정해야 될 상황에 이르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주식을 집중 매도하고 달러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환율이 이처럼 치솟자 기업마다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정유ㆍ전력ㆍ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은 셈이며 수출업체들도 원자재값이 폭등함에 따라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엔화 대출이 많은 중소기업은 도산을 염려해야 할 판국이다. 지금까지 원화와 동조현상을 보이던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탓이다. 현재 국내기업의 엔화대출 잔액은 8,000억엔으로 이 가운데 60~70%를 중소기업이 쓰고 있다. 수출만 놓고 본다면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다투고 있는 반도체ㆍ자동차ㆍ조선ㆍ철강 등의 품목은 경쟁력 제고의 효과도 있다. 그러나 경제전반으로 볼 땐 고유가로 허덕이고 있는 기업에게 환율급등은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중동전의 조기 종결 여부다. 중동전이 빨리 끝날 경우 우선 원유시장이 안정을 되찾게 되고 미국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평화적인 해결이지만 정부는 최악의 경우도 상정, 대비해야 한다. 벌써 시중에는 달러나 금괴를 사재기하는 투기꾼과 암달러상이 등장했다. 국내의 개인이나 기업의 외화예금(거주자 외화예금)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재 거주자 외화예금은 139억7,000만달러로 지난해말(124억3,000만달러) 대비, 15억4,000만달러나 늘어났다. 기업이나 개인이 확보한 달러를 내놓기를 꺼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사실 달러나 금괴를 사재기하는 투기꾼은 일부계층에 불과하다. 국가적인 위기를 이용, 한탕을 노리겠다는 망국적인 심보다. 정부는 이들 악덕 투기꾼을 엄격히 다스려야 한다. 나라가 어려울 때일수록 뜻을 한데 모아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당시 전국민이 참여한 `금 모으기`로 위기 탈출에 공헌했던 초심으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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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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