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와 차한잔] 하진홍 진로 사장

"참이슬,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br>100억병 판매 계기로 해외시장 적극 노크<br>中북경 대리점 늘리고 현지법인 설립 추진<br>2010년까지 수출 비중 30%로 끌어올릴것


“100억병 판매를 돌파한 참이슬은 이제 진로만의 브랜드가 아닙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술 브랜드인 만큼 내년에 중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참이슬’ 브랜드로 키우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지난해 8월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하면서 진로 인수기획단장으로 진로와 인연을 맺은 하진홍(57ㆍ사진) 진로 사장은 참이슬 100억병 판매를 계기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화의ㆍ법정관리 등 어려운 위기를 겪으면서도 참이슬이 100억병을 돌파한 데 대해 한층 감회가 깊다”는 하 사장은 “진로의 상징인 두꺼비를 미소 짓는 얼굴로 바꾸고 참이슬도 알코올 도수 20.1도로 리뉴얼하는 등 2006년은 진로가 일류 기업을 향해 새롭게 출발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소주시장은 이미 10개의 업체들이 다투고 있어 경쟁이 치열한데다 성장세도 주춤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 하사장의 판단이다. 다행히 진로 소주는 세계 증류주시장에서 연속 5년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높다. 그는 “법정관리기간 동안 부진했던 수출시장의 영업조직이 재정비돼 시장을 확장할 일만 남았다고 본다”면서 “올들어 일본시장 40%, 중국 30%, 미국 20%의 수출신장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하 사장이 주목하는 수출시장은 중국. 중국에서는 최근 들어 한류 열풍에 힘입어 ‘참일슬’이라는 짝퉁 소주까지 등장할 정도로 서서히 한국 소주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 따라서 현재까지는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에 그치지만 오는 2010년까지 30%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하사장의 목표다. 이를 위해 올들어 중국 북경사무소 조직을 확대, 현재 6개인 대리점 수를 14개까지 늘리는 한편 내년에는 중국 현지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중국에 투자할 계획이다. 올들어 두산주류BG가 ‘처음처럼’ 신제품을 출시한 이후 시장 움직임과 관련, 하 사장은 할 말이 많지만 말을 아끼는 듯했다. 그는 “소주시장은 1대9의 싸움인 만큼 9개의 다른 소주 업체들이 ‘진로 타도’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제하면서 “소주 맛의 차이는 주정 정제기술에 달려 있다고 보고 그런 측면에서 진로의 기술을 평가해달라”고 주문했다. 참이슬은 웰빙 천연소재인 대나무숯으로 여과하는 정제 과정을 통해 다양한 천연미네랄을 함유, 웰빙 흐름에 부합하는 제품이라는 것. 다만 출시한 지 8년이나 지나다 보니 이 같은 장점이 젊은 층에 어필하지 못하고 있어 장점을 알리는 마케팅이 필요한 것으로 그는 판단하고 있다. 하 사장은 하이트맥주의 전신인 조선맥주에 입사해 30년 이상 하이트에 몸담아온 맥주 전문가다. 대학 때 식품을 전공한 그는 발효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효모를 컨트롤하는 데 따라 맥주 맛이 달라지는 데 매력을 느끼고 이를 연구하고 싶어 맥주회사에 들어갔다는 그는 입사 이후에 대학원에서 농학박사를 취득할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성실파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에 오른 샐러리맨으로서 직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무엇일까. “회사에 단순히 왔다갔다 출퇴근만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름대로 목표를 정해 경력을 관리하고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하 사장은 “평생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트맥주와 진로라는 이질적인 문화의 두 기업을 융합하는 새 ‘선장’ 역할을 맡게 된 하 사장의 경영철학은 ‘신뢰 경영’. “술이라는 매우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있어 통합 작업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서로 믿음을 주고 믿음을 받는 것을 기본으로 삼으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하 사장이 취임식 날 80여명의 팀장급 이상 직원들과 가진 회식에서 일일이 잔을 주고받아 ‘참이슬’ 6병을 마신 일은 두고두고 사내에 회자되고 있다. 요즘 하 사장은 법정관리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일류 기업으로 출발하는 원년을 맞은 진로 직원들에게 열정(Passion)과 긴장(Tension)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경쟁 업체들은 항상 1위 업체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말고 준비하는 자세를 갖되 경쟁에 나설 때는 끼를 발휘해 열정적으로 대응해달라”고 강조한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신뢰경영 중시 '실천형 리더' 하진홍 진로 사장은 함께 일한 지 아직 채 1년이 되지 않은 진로 직원들 사이에서도 벌써부터 '실천형 리더'로 정평이 나 있다. 무뚝뚝하고 말이 많지 않은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 스타일이지만 대신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은 물론 자신이 말보다 실천으로 먼저 옮기는 행동파이기 때문이다. 하 사장은 경영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보다 직원들과의 신뢰임을 강조한다. 진로의 사령탑을 맡은 지 10개월이 됐지만 다른 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노조와 경영진간의 갈등이 없었던 사실은 그의 경영 스타일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직원들과의 믿음을 강조하다 보니 하 사장은 직원들과 격의 없는 자리를 즐기는 편이다. 점심이건 저녁이건 여유가 되는대로 직원들과 참이슬을 마시는 동안 새 주인을 맞은 진로가 진로만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융합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하 사장은 진로 직원들의 열정을 높이 사고 이를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도전 정신과 성취 의욕을 불어넣어 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법정관리라는 엄청난 시련 속에서도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며 참이슬을 절대 강자로 지켜온 바탕에는 임직원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1등 기업으로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이 같은 열정을 바탕으로 긴장감과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약력 ▦49년 부산 출생 ▦67년 진주고 졸업 ▦71년 경상대 농화학과 졸업 ▦72년 조선맥주 입사 ▦73년 서울대 대학원 식품공학과 졸업 ▦86년 조선맥주 이사 ▦88년 서울대 대학원 농학박사 취득 ▦2003년 하이트맥주 생산담당 사장 ▦2005년 진로 대표이사 사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