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서울포럼 2011 D-6] 엉뚱한 상상력으로 꿈의 신소재 찾아낸 유쾌한 과학자

■ 메인 스피커- ②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 (2010년 노벨물리학상)


교육·취업 차별대우 받던 독일계 러시아인
국적은 네덜란드·강의는 英서 '독특한 이력'
스카치테이프 이용 그래핀 구조 발견 성공
상용화 연구 활발한 한국 강연 각별한 의미
변화무쌍한 맨체스터의 날씨만큼 실험은 순탄치 못했다. 하지만 두 실험자는 결과에 쫓기지 않았다. 굳어 있는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을 접목했고 그들은 엉뚱하다고 할 수 있는 스카치테이프로 꿈의 신소재인 그래핀(grapheme) 구조를 발견했다. 지난 201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 그들의 노벨상 수상에 축하를 보내며 동료 과학자들은 발견 방식에 무릎을 쳤다. 그래핀 연구로 아깝게 노벨상을 놓친 김필립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가임 교수의 그래핀 발견 소식에 "잊을 수가 없죠. 한창 연구하고 있는데. 농구 한판하며 풀었죠"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가임 교수와 노보셀로프 교수의 그래핀 발견 방법은 엉뚱하다. 하긴 개구리의 공중부양 실험으로 이그 노벨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는 가임 교수다운 방식이기도 하다. 두 연구자는 흔히 쓰이는 스카치테이프로 불리는 셀로판 테이프를 연필심의 원료인 흑연 덩어리에 붙였다 떼어낸 뒤 이를 다시 실리콘 기판 위에 놓고 문질러 그래핀을 제작했다. 제조 방식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찾아볼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 너무나 쉽게 흑연에서 완벽한 2차원 구조의 그래핀을 분리해낸 것이다. 가임 교수는 "여러 방법을 시도하다 실패한 뒤 스카치테이프 생각이 났다"며 "실패를 거쳐 성공하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어이없게도 스카치테이프가 한국의 첫 노벨과학상 수상에 걸림돌이었던 셈이다. 유쾌한 과학자로 불리는 가임 교수가 '서울포럼 2011'을 찾아 둘째 날인 28일 첫 세션에서 강연을 한다. 전년도 노벨상 수상자가 한국을 방문해 강연하는 경우가 이례적인 만큼 가임 교수의 포럼 강연은 특별하다. 가임 교수도 이번 포럼 참석과 방한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다. 특히 그래핀을 발견한 것은 가임 교수 팀이지만 그래핀 상용화를 위한 연구는 반도체 강국인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엉뚱하고 유쾌한 과학자인 가임 교수지만 연구를 위한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러시아 태생이지만 독일인 혈통이어서 옛 소련 시절 대학 진학까지 거부당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소련 시절 독일계 러시아인은 교육과 취업에서 차별대우를 받았으며 시베리아나 중앙아시아로 추방되기도 했다. 가임은 기계공학과 물리학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대학에 진학하려 했으나 독일계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해 다른 대학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가임 교수는 러시아 태생이지만 네델란드 국적으로 영국에서 강의를 하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한국의 첫 노벨과학상 꿈을 가져간 가임 교수의 그래핀은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그래핀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메모리 산업 등 반도체산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반도체재료로 실리콘(Si)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다. 다시 말해 실리콘 이후 전자산업의 미래인 셈이다. 물론 실리콘은 가격 대비 성능, 풍부한 생산 인프라 확보 및 관련 기술 발달로 현재까지는 반도체ㆍ태양전지 제조에 가장 경쟁력 있는 재료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소자가 점점 소형화되고 태양전지 또한 더 높은 효율의 제품에 대한 산업계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실리콘은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이론적으로 실리콘을 기반으로 제작할 수 있는 반도체의 한계는 10나노대이다. 현재 반도체의 미세화공정이 20나노대까지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의 성장 가능성이 크게 위협 받고 있는 상황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인 태양전지 분야에서도 실리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실리콘의 한계에서 주목 받는 소재가 그래핀이다. 그래핀은 흑연을 뜻하는 그래파이트(graphite)와 화학에서 탄소 이중결합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 -ene를 결합해 만든 용어로 탄소원자가 무수히 연결돼 육각형의 벌집 모양으로 수없이 쌓아 올린 3차원 구조에서 가장 얇게 한 겹을 떼어낸 것이다. 즉 탄소 원자 한 층으로 돼 있는, 두께 0.35㎚(나노미터)의 2차원 평면 형태의 얇은 막 구조로 현재 세상에서 가장 얇은 물질이다. 현재 국내 연구팀은 그래핀을 상용화할 수 있는 대면적 합성법을 개발했으며 이후 관련 업계는 그래핀의 무궁무진한 응용분야에 고무된 분위기다. 화학증기 증착법을 이용해 2009년 홍병희 성균관대 교수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최재영 박사팀이 공동으로 가로, 세로 각각 2㎝의 대형 그래핀을 만들어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산업계는 대면적 합성법으로 그래핀을 10나노 이하 반도체소재뿐 아니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고효율 태양전지 등 대부분의 전자기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드레 가임 약력
▦1958년 러시아 소치 ▦모스크바 국립과학기술대 학사 ▦러시아 국립과학아카데미 박사 ▦네덜란드 네이메헌 라드바우드대 교수 ▦영국 멘체스터대 교수 ▦영국 물리학회 모트메달, 영국 왕립학회 휴즈메달 수상 ▦201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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