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자리를 만들자-인생에 정년은 없다] <1> 노령자 취업 하늘의 별따기

"우리도 일하고 싶다" 고령구직자 발길 북적

[일자리를 만들자-인생에 정년은 없다] 노령자 취업 하늘의 별따기 "우리도 일하고 싶다" 고령구직자 발길 북적 김성수 기자 sskim@sed.co.kr 정영현 기자 yhchung@sed.co.kr 관련기사 • 60세이상 실업자 4만 1,000명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운동 수운회관 옆의 서울노인복지센터 내 중앙고령자취업알선센터. 상담실에는 5~6분 간격으로 나이 지긋한 고령 구직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구직자들은 하루 평균 30~40명. 방문자들은 구직 등록을 하거나 새로 나온 일자리가 없는지 정보 등을 확인하고 알선센터에 상주하는 사회복지사에게 취업상담을 받기도 한다. 걸려오는 전화는 하루 수백건에 달한다. 아침 일찍 이곳에 나온 김상두(72)씨는 “치과 기공에서 만든 의치 등을 병원에 전해주는 배달원을 하고 싶어 구직 등록을 하러 왔는데 맞는 일자리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정희(68)씨는 “아직 능력이 있어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도 구직자들의 방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센터를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구직자들을 위해 운영하는 홈페이지(www.noinjob.or.kr) 상담 게시판은 일자리 찾는 사람들의 글로 가득하다. ‘1935년생이지만 50대의 체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정년퇴임하고 성심성의껏 일할 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등 구직자들의 애타는 심정이 절절히 배어 있다. 구직자의 아들이나 딸들이 올린 글도 눈에 띈다. ‘친정 아버지는 연세에 비해 생각도 젊으시고 건강하십니다’ ‘요즘 아빠가 힘든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일자리 좀 알아봐주세요’라는 등 사연도 많다. 이곳을 포함한 서울시의 13개 고령자취업알선센터를 통해 지난해 취업에 성공한 구직자는 4,200여명. 정식 구직등록을 한 6,300여명 가운데 67%, 3명 가운데 2명 정도 수준이다.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서울이 이 정도이니 전국적으로 보면 고령 취직자들이 일자리를 찾는 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취업 내용을 들여다보면 경비직이 1,100여명(26%)으로 가장 많고 건물환경관리원(청소직) 860여명(20%), 배달직 490여명(10%) 등 대다수가 단순 업무직이다. 이마저 한정돼 있다. 취업기간도 6개월 미만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임금도 월 70만원 이하가 56%로 절반을 넘는다. 취업하려는 까닭은 경제적인 이유가 3분의2를 차지했다. 핵가족 확산에다 경기침체로 노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건강유지(16%)’와 ‘일하는 게 즐거워(12%)’도 많아 고령 일자리 창출은 노인의 3대 문제인 경제와 건강ㆍ여가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고학력 고령 구직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은 단순업무가 아닌 전문직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이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들다. 이태영 서울시 중앙고령자취업알선센터 과장은 “현재 고ㆍ대졸 고령 구직자의 비율이 전체의 50%를 넘는다”며 “특히 대졸자 가운데 상당수는 전문직 출신으로 그와 관련된 직종을 찾기는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년단축에다 조기퇴직 등으로 일자리를 잃고 재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노인들이 급격히 늘면서 나타난 ‘실버실업’은 청년실업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ㆍ시민단체들이 고령 구직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앞 다퉈 나서고 있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은 게 현실이다. 실버취업 시장의 일자리가 대부분 단발성인 게 주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9일 서울시청 별관 복지관 4층 강당에서 열린 ‘한국형 노인 일자리 개발전략과 과제’ 심포지엄(한국시니어클럽연합 주최)에서는 노인들이 얼마나 일자리를 열망하는지 보여줬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노인 구직자들은 이구동성으로 “5~6개월 시한으로 노인들에게 월 20만원씩 주며 허드렛일을 시켜놓고 일자리를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지속적인 일자리”라고 항변했다. 노인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기업들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 몇몇 중소기업을 제외한 많은 기업들은 고령 구직자를 반기지 않고 있다. 최홍연 서울시 노인복지과장은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인센티브 확대와 동시에 장애인의무고용제 같은 실버의무고용제 등 법적ㆍ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경력을 내세우며 권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조금 힘든 일은 쉽게 포기하고 이직해버리는 일부 고령 구직자들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한 취업전문가는 “고령 구직자들도 예전 경력은 잊고 스스로에게 맞는 취업준비를 해야 기업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5/06/2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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