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5월15일] 스탠더드 오일 해체


1911년 5월15일 오후5시, 화이트 연방대법원장이 말문을 열었다. ‘소송번호 398번, 미국 정부와 스탠더드 오일 간의 소송건에 대한 최고재판소의 견해를 밝히겠습니다’. 49분 간 낭독된 발표문의 요지는 ‘해체’. 판결 소식을 들은 스탠더드 오일은 충격에 휩싸였다. ‘6개월 이내에 스스로 해체하라’는 판결은 짐작조차 못했던 초강수였다. 예상했던 판결은 벌금형. ‘아무리 벌금이 많이 나와도 2,900만 달러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미국은 왜 스탠더드 오일을 건드렸을까. 거대한 독점기업으로 성장한 스탠더드 오일이 공공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스탠더드 오일은 록펠러에 의해 1870년 설립된 이래 합병과 매수를 통해 덩치를 불려온 미국 최대의 석유회사. 한창때는 미국 정유시장의 95%를 차지할 만큼 거대한 공룡이었다. 판결이 내려질 무렵 스탠더드 오일의 원유 정제시장 점유율은 78%. 굴러다니는 유조차의 절반 이상을 보유했다. 내수 및 수출용 휘발유의 85%, 철도회사가 사용하는 윤활유의 90%가 스탠더드 오일에서 나왔다. 심지어 기선 78척, 범선 19척에 자체 해군까지 보유했다. 판결 후 두달 보름 만에 스탠더드 오일은 해체 계획을 내놓았다. 34개로 갈라진 스탠더드 오일은 쪼그라들었을까. 아니다. 오히려 엑슨과 모빌ㆍ셰브론 등 스탠더드 오일에서 갈라져 나온 회사들은 국제적인 메이저로 성장했다. 해체 후 1년 만에 후계회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두 배로 뛰었다. 덕분에 록펠러도 9억 달러 이상의 주가차익을 얻었다. 오늘날 국제 석유업계의 상황은 이전과 딴판이다. 엑슨과 모빌이 합병하고 셰브론과 텍사코, 코노코와 필리스가 합쳤다. 스탠더드 오일의 부분적인 부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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