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미국 나스닥 지수가 5,000을 돌파하고 한국의 코스닥 지수도 300포인트(현재의 지수로는 3,000)를 넘어섰다. 모두들 새로운 세기와 밀레니엄이 오면 정보기술(IT) 시대가 열린다고 축배를 들었다.
그러던 IT주는 곧이어 수직강하, 1년 사이에 절반까지 떨어졌다. 지금 나스닥 지수가 올랐지만 최고점에 비해 아직 40%에 불과하다.
경제의 거품은 필연적으로 꺼지게 돼 있다.
우리 경제의 거품은 부동산
새로운 밀레니엄을 한달여 앞둔 지난 99년 11월17일 뉴욕 맨해튼의 리먼브러더스 본사 빌딩에서는 한국 기업 ‘두루넷’이 거창한 상장식을 열었다. 한국 기업으로는 첫 나스닥 직상장이었다.
뉴욕 증시의 기호, 즉 티커 심벌(ticker symbol)은 ‘코리아(KOREA)’였다. 두루넷은 ‘코리아 두루넷(Korea Thrunet)’이라고 회사명칭을 늘려 ‘코리아’는 티커 심벌을 차지했다.
주식 코드 ‘코리아’의 가격은 데뷔 첫날 공모가의 두배로 폭등했다. 상장 첫날 두루넷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95%나 폭등했다. 당시는 ‘닷컴(dot com)’ ‘넷(net)’이라는 말만 들어가도 주가가 폭등하던 시절이었다.
국적 불문, 수익여부 불문이었다. 인터넷이면 무조건 사자는 분위기 속에서 두루넷이라는 회사가 한국 정보통신 산업을 대표하며 뉴욕 증시 투자자들을 긁어모은 것이다. 5년 후 지금, 두루넷은 어디로 갔는가. 파산하고 다른 회사에 넘어가고 말았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불황은 때로는 순기능을 한다. 불황은 거품을 빼고 실물자산의 자치를 재현하는 기능을 한다.
지금 한국 경제의 거품은 부동산이다.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은 봉급쟁이를 실망시킨다. 새벽에 출근해 뼈빠지게 일하는 사람이 평생을 벌어도 서울에서 집 한채 장만하기 힘들다. 전세 값은 뛰지 않는데 집값이 뛰는 현상, 즉 금융 손실이 발행해도 집값 상승에 의한 잠재적 수익이 커지는 현상이 경제의 거품을 대변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거품이 글로벌화돼 있다는 점이다. 노태우 정부 때 부동산 가격 급등현상은 우리만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글로벌의 문제다.
거품은 저절로 꺼지지 않는다. 누군가 풍선에 바늘을 대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연일 머리를 맞대고 부동산 대책회의를 하며 집값을 떨어뜨리는 대책을 세우는 데 눈을 벌겋게 뜨고 있다. 그러나 집값이 떨어졌다는, 즉 거품이 가라앉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시점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부동산 거품을 가라앉히려면 어떤 거시 정책을 써야 할 것인지 하는 것이다.
여기서 경제의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90년대 초와 2000년대 초기 미국의 대처방식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21세기 초 3년 간에 미국 경제에 나타난 현상은 상당 부분 80년대 말 일본의 모습을 재연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적어도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거시정책을 취했다.
미국은 일본보다 경제 위기를 재빨리 인식하고 대처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1년에 역사상 가장 급진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연방정부가 재정확대 정책을 취했다.
금통위, 금리 인상 고려해야
80년대 말에 도쿄 황궁 부지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체 땅값보다 비쌌을 정도로 일본의 부동산 거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지만 일본은행(BOJ)은 안이하게 대응했다. 그 결과는 시장 패닉이었다.
세계적인 부동산 거품 현상은 장기 저금리의 결과다. 선진국들은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다. 한국도 각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더 이상 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마냥 옳은 것인지, 부동산 거품을 더 키워 붕괴할 경우를 책임질 것인지를 금융통화위원들은 심각하게 논의해야 한다. 이웃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부동산 거품을 연착륙시키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