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조상인 기자의 술술-미술] 장녀외엔 아무도 직접 못봐… 수년째 생사여부 확인 안돼

■ 천경자 미스터리 ②

대한민국예술원 60주년 기념전에 나온 천경자의 '그레나다의 도서관장'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화가 천경자를 절필하게 만든 '미인도'는 미국으로 간 그를 다시 논란으로 끌어들였다. 이번에는 천 화백의 생사여부를 포함한 근황에 대한 미스터리다.

올 2월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측이 4월부터 덕수궁미술관에서 열고 있는 대한민국예술원 60주년 기념전을 준비하던 중 예술원 회원인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출품하고자 그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뉴욕의 장녀 이혜선씨 집으로 동의서를 보냈다. 딸 이씨는 크게 반발했다. 천 화백의 작품이 아니라는 문제의 '미인도'뿐 아니라 출품 자체를 거부했다. 1991년에 어머니의 가짜 그림을 진짜로 판정한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그림을 걸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이 전시에는 예술원 소장품 2점이 걸렸다.


이 무렵 예술원은 회원을 대상으로 매월 180만원씩 송금하던 천 화백의 수당 지급을 중단했다. 1998년 미국으로 떠난 천 화백이 2003년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10년 이상 근황 확인이 안 됐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간호 중인 큰딸 이씨를 통해 '거동은 못하나 의식은 있어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는 상태'라는 정도만 외부에 알려졌을 뿐이었다. 작은 딸과 사위 등 다른 자녀는 물론 친척과 오랜 지인조차도 최근 수년간 천 화백을 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예술원측은 병원진료기록이나 사진이라도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씨는 어머니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강하게 거부했다. 심지어 이씨는 천경자 화백을 예술원 회원에서 제외해 달라며 탈퇴서까지 냈고, 예술원은 본인의 요구가 아니므로 수락할 수 없다고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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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녀 이씨는 병석에 누운 어머니의 작품 거래 및 관리권한을 위임받아 대신 행사하고 있다. 대리인 이 씨는 천 화백의 작품과 저작권을 관리하며 종종 갈등을 빚어 왔다. 앞서 2007년에는 천 화백의 고향인 전남 고흥군에 천경자미술관(가칭) 건립을 전제로 작품 66점을 기증했으나 이후 작품에 대한 관리 소홀 등 이씨 측에서 문제를 제기, 반환을 요구해 결국 고흥군이 2012년에 돌려주기도 했다.

올해 들어 이씨는 천경자 전 작품의 저작권을 기증받은 서울시가 이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못한다며 반환 요청을 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 갤러리현대가 1995년 천 화백과 작성한 약정서에 따라 제작된 아트포스터의 유통을 두고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국 화단에서 천경자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1924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유학한 뒤 '뱀' 그림으로 화제를 모았다. 여인의 꿈과 고독 등의 주제를 환상적인 화풍의 원색으로 표현한 작품은 미술계 뿐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천경자'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미술시장에서는 1980년대 이후 작품값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난 2011년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개발해 처음 발표한 가격지수(KAMP50)에 따르면 천경자 작품의 10호당 평균가격은 4억5,000만원으로 이중섭, 박수근에 이어 가장 높았다. 또 지난 10년간 미술품 가격 상승 분석에서도 천경자는 시장 불황에 상관없이 219%나 상승하는 저력을 보였다. 미술계 안팎에서 그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것은 이같은 영향력의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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