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와 같은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국제스포츠 대회의 우승 트로피를 우리 도자기로 제작해 세계에 알린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입니다."
경기도 이천에서 도자작업실을 운영하는 이천도예협회 윤태운(尹泰雲.58) 회장은 오는 28일 제주에서 개막되는 LPGA 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 우승 트로피를 전통백자로 제작해 주최측에 납품했다.
윤 회장이 미국 골프투어 우승 토로피를 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LPGA 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 11월 PGA 투어 신한코리아골프챔피언십에 이어 세번째이다.
이번 도자기 우승컵은 백자 표면에 자연을 주제로 꽃.새.거북 문양을 투각한 '백자투각목련문호' 작품.
투각기법은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라는 의미로 선택했다.
도자기 우승컵 탄생에는 윤 회장의 우리 도자기에 대한 애정과 집념이 배어 있다.
지난해초 LPGA 대회가 국내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그는 우리 도자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 수 차례 대회 주최측 임원을 만나 도자기 우승컵을 제안해 마침내 주최측의 결정을 이끌어 냈다.
이렇게 탄생한 도자기 우승컵은 당시 우승자인 박지은(26.나이키골프) 선수에게 수여됐고 그린재킷을 대신한 한복과 어우러져 예상이상의 호평을 받았다.
이에 주목한 한국관광공사는 한달 뒤 열린 PGA 신한코리아오픈골프챔피언십을 앞두고 윤 회장에게 도자기 우승컵 제작을 요청했고 이후 열린 국내 골프대회에서도 도자기 트로피가 등장했다.
윤 회장은 "10세기 우리의 청자 제작기술은 지금의 반도체 제조에 필적하는 첨단 하이테크 기술이었으나 이를 국가적인 자부심으로 연결해 발전시키지 못한채 천년의 세월을 보냈다"며 "우리가 자부심을 가진 도자기를 이제는 문화 마케팅으로 연결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트로피 디자인이 어려운 것은 전통 도자에는 존재하지 않는 트로피 형태를 창조하는 일"이라며 "대회 종목에도 어울리면서 한국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담고 작품성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주에서 태어난 윤 회장은 1980년대초 도자기를 배우기 시작해 1987년 자신의 요장을 만든 뒤 이듬해 개장한 한 특급호텔에 도자기 조명 스탠드를 납품하며 마케팅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도자기 세일즈맨'을 자청하는 그는 "세계 50조원의 도자 시장에 겨우 500억원어치를 수출하는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한류열풍 속에 도자산업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천=연합뉴스) 김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