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국무총리 직을 사임하고자 합니다. 여러 번에 걸친 사의 표명 이후에도 국무총리 직을 지킨 이유는 6?2지방선거부터 7?28 재보궐선거에 이르는 일련의 정치일정 속에서 자칫 동요할 수도 있는 정부의 근무기강을 확립하고 국정의 중심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7?28 재보선이 마무리된 지금 주요 정치일정들이 일단락되면서 대통령께서 집권 후반기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여건과 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지금이 국가의 책임 있는 공복으로서 사임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작년 9월 뜻하지 않게 막중한 책무를 맡게 된 이후로 벌써 1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 동안 저는 국가 운영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로하며 사회의 그늘진 곳을 밝게 하는 균형추의 역할을 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해 왔습니다.
그러나 당초 제가 생각했던 일들을 이루어내기에 10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고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은 너무 험난했습니다.
‘3불 정책’이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힌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3화 정책’으로 정착시키지 못한 점은 아직도 아쉽기만 합니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하면서 모두를 위한 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을 확고하게 마련하지 못한 점도 계속 가슴에 남습니다.
무엇보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마련했지만 이를 관철하지 못한 점은 개인적인 아쉬움의 차원을 넘어 장차 도래할 국력의 낭비와 혼란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용산문제 해결은 가장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아쉬움과 자책감을 뒤로 한 채 모든 책임과 허물을 제가 짊어지고 이제 국무총리 자리를 떠나고자 합니다.
다만 국정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후임 국무총리가 결정될 때까지 최소한의 책무는 수행하겠습니다.
그 동안 부족한 저에게 따뜻한 성원을 보내 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국민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